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0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성장을 위해 아플 겨를 없이 부딪치고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태평양·아시아 정보시스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전설리 기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0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성장을 위해 아플 겨를 없이 부딪치고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태평양·아시아 정보시스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전설리 기자
“KT에 기존 주파수의 인접대역을 주면 3위인 LG유플러스는 도태하고 말 것입니다.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겨우 살려낸 희망의 불씨가 꺼질 거예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65)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LTE 주파수 추가 할당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래부의 주파수 할당안이 LG유플러스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2010년 부회장을 맡아 실적 악화로 위기에 빠진 LG유플러스를 구했다. LTE 서비스를 통해서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LTE 전국망을 구축해 LTE 시장에서는 유무선 1위 통신사인 KT를 앞질렀다. ‘위협적인 3위 통신사’라는 평가도 들었다.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정부 정책으로 다시 위기를 맞게 되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태평양·아시아 정보시스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이 부회장을 만나 현안과 경영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부가 내 놓은 LTE 주파수 추가 할당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한 것은 KT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KT 인접대역의 가치는 통신 3사 모두에 동일하지 않아요. KT에는 가치가 높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는 낮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1000원, 다른 사람에게는 100원짜리인 물건을 경매에 부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경매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거예요. 내가 1000원어치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999원일 때까지 베팅하는 게 경매입니다. 1010원이면 나는 경매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죠. 미래부가 인접대역을 내놓는다면 경쟁사들은 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경매에 임할 것입니다. 이건 선의의 경쟁이 아니죠. 명분과 정의가 빠진 악의 경쟁입니다. LG유플러스는 악의 경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괴로운 일이고, 도의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 한 가지는 KT가 유무선 1위 통신업체라는 점입니다. 1위 사업자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도 KT에 인접대역을 주는 것은 특혜입니다.”

(미래부는 통신 3사에 LTE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이용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오는 8월까지 주파수 할당을 끝내기 위해 지난 20일 5개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주 중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주파수 할당에서 최대 쟁점은 KT가 갖고 있는 기존 1.8㎓ 주파수의 인접대역을 할당 대상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다. 미래부가 발표한 할당안에는 인접대역이 포함돼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가면 기존 전국망과 붙여 손쉽게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기존 1차선 도로에 갓길만 트면 2차선 도로가 돼 지금보다 두 배 빠른 LTE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새로운 주파수 대역에 전국망을 구축해야 한다. 허허벌판에 새로 2차선 도로를 깔아야 하는 셈이다. 이들은 KT의 10배가 넘는 2조~3조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에 인접대역을 주면 3위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까요.

“LG유플러스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자 최근 3년간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LTE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KT에 인접대역을 주면 그 희망의 불씨가 꺼질 것입니다. KT가 얻게 될 특혜는 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해 7조원에 이릅니다. 7조원의 격차를 무슨 방법으로 따라잡겠습니까. LG유플러스는 도태하고 말 것입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서비스에서 앞서 나가는 등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2010년 부임 당시 LG유플러스는 큰 위기에 놓여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나왔는데 이를 판매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였죠. 수익이 악화하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2011년 LTE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배수의 진을 친 거죠. 직원들에게도 ‘LTE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2010년과 2011년 LG유플러스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보너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연봉은 동결했고요. 하지만 직원들은 한마음으로 따라와줬습니다. 덕분에 방황하지 않고 긴 터널을 헤쳐나올 수 있었죠. 지금도 버티고 따라와준 직원들이 제일 고맙습니다.”

▷‘탈(脫)통신’을 강조해왔습니다. 앞으로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으로 통신 수익은 없어질 것입니다. 이미 음성 문자 무제한 요금제가 나왔습니다. 탈통신 시대가 가까워진 셈이죠. 탈통신 시대의 키워드는 서비스입니다. 올아이피(All-IP·유무선 통신망을 하나의 IP(인터넷 프로토콜)망으로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죠.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이 LG유플러스의 목표입니다. 거대한 변화를 몰고올 태풍의 눈에 LTE가 있습니다. 과거엔 구글, 애플이 태풍의 눈이었다면 앞으로는 LG유플러스가 태풍의 눈이 될 것입니다.”

▷휴대폰 보조금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리점의 위상을 새로 세워야 합니다. 현재 휴대폰 유통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차별입니다. 같은 제품을 누구에게는 몇십만원에, 누구에게는 몇만원에 파는 것이죠. 가격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가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보조금 규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보조금 규제의 취지는 더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이 취지를 살린다면 보조금을 줄여 창조경제에 쓰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1조~2조원의 펀드를 만들어 쓰면 파급 효과가 클 것입니다.”

▷KT와 KTF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등 기업과 정부, 대학의 수장을 역임했습니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요.

“제 꿈은 어떤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주어진 여건을 잘 받아들이고 그 여건 속에서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수장을 맡으면 먼저 목표를 정한 뒤 직원들과 똘똘 뭉쳐 이뤄 나갔죠. 무엇이든지 함께 이뤄 나가는 과정이 행복했습니다. 또 쉴 틈 없이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죠. 자유로운 영혼을 잃지 마세요. 꿈을 가지세요. 자유로운 영혼이 없으면 모든 일이 힘들고 어렵습니다. 제 성공의 비결은 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프니까 청춘이 아닙니다. 아파할 겨를도 없을 만큼 수없이 부딪치고 도전하는 것이 청춘입니다. 그래서 정말 성장해야 합니다. 청춘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무엇이든 다 흡수할 때입니다. 사랑도 많이 해보고, 시련도 겪어 보세요. 지금 아픈 일, 슬픈 일, 좋은 일 모두 미래에 밑거름이 됩니다.”

▷바둑을 잘 두신다던데, 취미는 무엇인가요.

“바둑도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과 맥주 한잔 하면서 얘기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대학교 총장 때도 그런 자리를 많이 가졌죠. 지금은 직원들과 많이 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젊은 기운 속에 저도 젊어지는 것 같아요. 은퇴 후에는 인간의 뇌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아요.”

▷7남1녀 형제 가운데 6명이 서울대를 졸업한 천재 집안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자식들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시험 때가 되면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도하셨어요. 어머니가 기도하고 계신데 잘 수가 없어서 다시 한번 책을 펴들곤 했죠. 무엇보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

제주=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 이상철 부회장은 누구

이상철 부회장은 ‘통신업계의 역사’ ‘통신통(通)’으로 불린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 KTF·KT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민·관·학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에서 공학 석사, 듀크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KTF 대표이사에 올라 6개월간 1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최단 기간 최다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기록을 세웠다. 2001년 KT 대표이사에 취임해 민영화를 주도했다. 정통부 장관 시절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와이브로(WiBro) 등을 개발했다. 또 번호이동제도(가입자가 통신사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통신업계 경쟁을 촉진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으로 장애 청소년들이 ICT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문 네브라스카대 경영학과 교수가 친형들이다. 부인 한명희 씨(사단법인 한국우리누리재단 이사장)와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