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 허베이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0일 오전 여성 우주인 왕야핑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에서 진행한 물리학 강의를 CCTV 중계를 통해 보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 허베이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20일 오전 여성 우주인 왕야핑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에서 진행한 물리학 강의를 CCTV 중계를 통해 보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우주에는 중력이 없는데 질량을 잴 수 있나요?” “우주에 오래 있으면 건강에 나쁘지 않나요?”

20일 베이징시 하이딩구에 있는 인민대 부속중학교 강당. 중국 대륙은 물론 홍콩, 마카오, 대만에서 온 초·중등학생 330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 앞에 있는 대형 화면에는 지난 10일 발사된 선저우(神舟) 10호를 타고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에 들어간 우주인 3명이 중국 최초의 우주 과학 강의를 하고 있었다. 중국의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인 왕야핑이 강의를 맡았고 녜하이성이 보조교사를, 장샤오광이 촬영기사 역할을 했다.

중국 최초의 우주인 강의는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약 40분간 이어졌다. 강의 목적은 뉴턴의 제2법칙인 ‘F=ma’(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가 무중력상태인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실험으로 보여주는 것. 이들은 지상 340㎞ 상공에 떠 있는 톈궁 1호 안에서 무중력상태로 떠다니면서 질량 측정, 진자운동, 팽이운동, 수막(水膜)과 수구(水球)의 형성 등에 대한 다섯 가지 기초물리실험을 진행했다.

왕야핑은 맨 처음 용수철 저울을 이용해 우주공간에서 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또 줄에 매달린 추를 흔들어도 왕복운동을 하지 않고, 추가 공중에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중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팽이를 보여주면서 관성의 법칙도 설명했다. 모두 중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왕야핑은 특히 화려한 ‘물방울 쇼’를 시연해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비눗방울을 만드는 도구로 먼저 수막을 형성한 뒤 여기에 물을 부어 큰 물방울을 만들었다. 우주에서는 중력은 없지만 표면장력은 작용하기 때문에 물방울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 또 주사기를 이용해 이 물방울 안에 작은 물방울을 집어넣고, 붉은색 색소를 넣어 빨간 물방울로 변화시키는 실험도 했다. 학생들이 신기해하자 녜하이성은 “이 물은 지구에서 가져온 물”이라고 설명했다.

왕야핑은 즉석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우주에서의 이색적인 경험도 들려줬다. 그는 “우주선에서 보는 별은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밝다”며 “그러나 대기가 없어 반짝이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매일 90분 간격으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16번이나 일출을 본다”며 웃었다. 녜하이성도 왕야핑이 강의에 사용한 교탁을 가리키며 “이게 지금은 탁자지만 조립하면 자전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선 안에서 매일 자전거 운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우주 강의는 인민대 부속중학교를 비롯해 전국 8만여개 초·중등학교에서 6000만명의 학생이 TV를 통해 시청했다. 중국 교육부는 이날 강의에 앞서 유인우주항공망(www.csme.gov.cn)에서 학생들로부터 1000여개의 질문을 받아 이날 강의를 통해 일부 질문에 답을 했다.

우주에서의 강의는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1986년 고등학교 교사인 크리스티나 매컬리프를 우주인으로 선발, 첫 우주 강의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탑승한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해 꿈이 무산됐다. 이후 2007년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탑승한 교사 출신인 바버라 모건이 우주 강의를 진행, 최초의 우주교사가 됐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