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녹색 리모델링'을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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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높이는 건물 개보수
전력난 완화, 건설시장에 도움도
공공건물 리모델링 모범 보여야"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kesopyun@snu.ac.kr
전력난 완화, 건설시장에 도움도
공공건물 리모델링 모범 보여야"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kesopyun@snu.ac.kr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눈부신 변신에 성공했다. 1931년 완공된, 아르데코 양식을 뽐내는 미국 뉴욕의 이 초고층 빌딩에 2013년은 매우 특별한 해다. 2009년 시작한 ‘녹색 리모델링’이 완결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전기와 석유 먹는 하마’란 오명에 시달렸던 빌딩이었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그리고 수많은 기업인들이 하나가 돼 단행한 개보수 공사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환골탈태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리모델링에 힘입어 에너지 소비를 연간 38%나 줄이게 됐다. 이를 통해 1300만달러에 이르는 공사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한때 임대가 어려워 전망대 수입에 의존하던 빌딩은 낮은 유지 비용을 내세워 링크트인과 셔터스톡 등 유수의 기업들을 새 입주사로 맞이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성공 사례는 에너지 과다수입과 전력난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해마다 거듭되는 전력난과 좀처럼 줄지 않는 에너지 수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처방은 구태의연했다. ‘실내온도 제한’ 등 일회성, 보여주기식 캠페인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강제 절전을 요구해 산업 생산에도 차질을 줬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건물 개보수는 이런 만성적인 전력난을 완화하고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건설 업계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다. 2008년 시작된 건설업 위기는 악화일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했다. 이로 인해 100대 건설사 중 21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실패로 인해 충당금 부담을 가중시켜 금융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대적인 녹색 리모델링 사업은 이들 건설업체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녹색경제 비전도 제시한다. 사상 처음 환경 문제를 취임사에서 언급하며 친환경 경제 구현을 목표로 삼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경제 비전은 한계에 부딪혔다. 탄소배출규제 제도는 전 세계적인 시행이 불투명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시장 전망이 어둡다. 그러나 에너지 고효율 건축시장은 다르다. 에너지 저소비 주택 신축 및 기존 주택에 대한 개보수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성공 사례를 한국에서 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녹색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에너지 고효율 건축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서 ‘미국 친환경건물인증(LEED)’을 받은 상업 빌딩은 20여개에 불과하다. 미국의 0.15% 수준이다. 매년 대규모 토목 및 건설 공사를 발주하는 정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녹색 리모델링 사업에 눈을 뜬 것은 지난해 4월이지만 그 뒤로도 에너지 효율과는 거리가 먼 건축물을 양산, 에너지 대란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가계 부채와 경기 악화에 시달리는 국민은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 건설사들도 에너지 효율 개선 시공이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다. 높은 시공가로 분양가가 인상되면 분양을 못 하리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청와대 본관을 비롯 주요 공공 건축물부터 리모델링해 에너지 절약 효과를 알리고, 민간 부문의 개보수에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혁신 기술을 개발,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친환경 건축 설계, 시공, 컨설팅 노하우와 건축 자재 제조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 중이다. 정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과 성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재탄생에서 경기 불황의 장기화를 막는 단초를 찾고, 친환경 창조 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계섭 <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kesopyun@snu.ac.kr >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리모델링에 힘입어 에너지 소비를 연간 38%나 줄이게 됐다. 이를 통해 1300만달러에 이르는 공사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한때 임대가 어려워 전망대 수입에 의존하던 빌딩은 낮은 유지 비용을 내세워 링크트인과 셔터스톡 등 유수의 기업들을 새 입주사로 맞이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성공 사례는 에너지 과다수입과 전력난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해마다 거듭되는 전력난과 좀처럼 줄지 않는 에너지 수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처방은 구태의연했다. ‘실내온도 제한’ 등 일회성, 보여주기식 캠페인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강제 절전을 요구해 산업 생산에도 차질을 줬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건물 개보수는 이런 만성적인 전력난을 완화하고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건설 업계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다. 2008년 시작된 건설업 위기는 악화일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했다. 이로 인해 100대 건설사 중 21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실패로 인해 충당금 부담을 가중시켜 금융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대적인 녹색 리모델링 사업은 이들 건설업체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녹색경제 비전도 제시한다. 사상 처음 환경 문제를 취임사에서 언급하며 친환경 경제 구현을 목표로 삼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경제 비전은 한계에 부딪혔다. 탄소배출규제 제도는 전 세계적인 시행이 불투명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시장 전망이 어둡다. 그러나 에너지 고효율 건축시장은 다르다. 에너지 저소비 주택 신축 및 기존 주택에 대한 개보수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성공 사례를 한국에서 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녹색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에너지 고효율 건축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서 ‘미국 친환경건물인증(LEED)’을 받은 상업 빌딩은 20여개에 불과하다. 미국의 0.15% 수준이다. 매년 대규모 토목 및 건설 공사를 발주하는 정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녹색 리모델링 사업에 눈을 뜬 것은 지난해 4월이지만 그 뒤로도 에너지 효율과는 거리가 먼 건축물을 양산, 에너지 대란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가계 부채와 경기 악화에 시달리는 국민은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 건설사들도 에너지 효율 개선 시공이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다. 높은 시공가로 분양가가 인상되면 분양을 못 하리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청와대 본관을 비롯 주요 공공 건축물부터 리모델링해 에너지 절약 효과를 알리고, 민간 부문의 개보수에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혁신 기술을 개발,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친환경 건축 설계, 시공, 컨설팅 노하우와 건축 자재 제조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 중이다. 정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과 성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재탄생에서 경기 불황의 장기화를 막는 단초를 찾고, 친환경 창조 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계섭 <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kesopyu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