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이 되면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EU) 28번째 회원국이 된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을 축하하는 대규모 불꽃놀이와 축제가 준비 중이지만 속옷공장 노동자인 카타 세식(53)은 별로 기쁘지 않다. 그는 오히려 걱정이 많아졌다. 그가 일하던 속옷공장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세식은 300유로(약 45만원)의 월급을 몇달동안 받지 못했다.

10년 전 크로아티아가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벌일 때,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엘리트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러나 세식과 같은 사람들은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금융위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의 불황도 5년동안 계속됐다. 오는 7월에 있을 EU 가입에도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녀가 일하는 공장은 현재 거의 멈춘 상태이며 세식과 100여 명의 직장 동료들은 파업 중이다. 그녀는 한달 동안 매일 직장 동료들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거리에 나가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녀는 “EU에 가입해도 공장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며 “오히려 섬유산업은 더 악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값싼 중국산 섬유제품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는 크로아티아 섬유산업은 이제 유럽의 다른 경쟁자들과의 벅찬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그녀의 고용주이자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섬유회사인 DTR은 지난해 성급하게 민영화에 나섰다가 경영이 악화돼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과거 공산권이어서 서구유럽의 경제시스템이 낯선 크로아티아는 현재 EU가 요구하는 가입요건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EU가입을 반기는 사람들은 크로아티아가 정식으로 EU 회원국이 되면 다른 EU 국가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점으로 꼽는다. 이와 더불어 EU 집행위원회가 크로아티아에 만연해 있는 부패와 잘못된 경제정책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세식과 같은 사람들은 유럽 수준으로 세금을 인상할 경우 발생할 인플레이션으로 생활수준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고용시장 개방으로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국민의 60%가 EU가입을 지지하지만 49%만이 EU가입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10년 전 크로아티아가 EU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을 때 지지율은 85%에 달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