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車부품 100여종 생산…GE 등 글로벌기업에 납품
가스오븐레인지용 안전밸브 대기업과 손잡고 개발 성공…내년부터 美시장 수출 나서
"고부가 제품에 선택과 집중…개성공장 다시 가동땐 날개"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개성공단 사태 때문이다. 동양다이캐스팅은 개성에 대지 5200㎡, 건평 4000㎡ 규모의 공장이 있다. 개성에서 일부 제품의 기초 작업을 한 뒤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공장으로 들여와 마무리 가공을 한다. 그런데 두 달 넘게 개성공장이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인천공장은 각종 자재와 중간 가공품으로 가득 차있다. 이곳에서 모든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다이캐스팅은 3년 정도 종업원을 훈련시켜야 겨우 제 몫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이 중요하다. 이 회사는 2009년 개성공단에 진출해 250명을 고용하고 이들을 훈련시켰다. 인천공장의 세 배가 넘는 인원이다.

그가 개성공단 사태로 어려움에 처하자 발주기업들이 지원에 나섰다. 몇몇 대기업은 개성에 있는 금형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결제대금 일부를 선금으로 보내왔다. 일부 기업은 자사의 완제품 생산 일정을 조정해줬다. 요즘 ‘갑을 관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 회사는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어려움을 넘기고 있다.
이는 오 사장의 성실성과 제품에 대한 집념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1987년 창업해 26년 동안 다이캐스팅 한우물을 팠다.
다이캐스팅은 뿌리산업이다. 알루미늄 아연 니켈 등을 전기로에서 녹여 틀에 부은 뒤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밀가루 반죽으로 붕어빵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를 통해 각종 전자 및 자동차 부품 100여종을 생산한다. 여기에는 에어백이나 윈도브러시, 엔진냉각탱크 부품을 비롯해 가전부품과 전기압력밥솥 뚜껑 등도 들어있다.
오 사장은 “생산 제품 중 가스압력조절기(레귤레이터)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장실 책상에는 이들 부품이 가득 놓여 있다. 전시실 공간이 부족한 데다 제품을 늘 쳐다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이 회사는 GE와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기업에 가스압력조절기나 가스자동개폐밸브 등을 수출한다. 오 사장은 “수출국은 10개, 수출 대상 기업은 20여개, 연간 수출액은 600만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의 상당수는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오 사장은 제물포고와 인하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 19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가스레인지 연구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세신금속으로 옮겨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을 개발했다. 그 뒤 1987년 직원 한 명과 부평에서 창업해 전자부품과 자동차부품을 생산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세 가지를 추구했다. 첫째, 결점이 없는 제품 생산이다. 이를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했다. 지금도
천 공장에는 ‘제로 PPM에 도전한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무결점 제품을 생산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결점이 적은 제품을 연구했다. 오 사장은 연구개발 책임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 분야만큼은 직접 지휘한다.
둘째, 직원들의 숙련도 향상이다. 그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직원들의 이직이 잦으면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며 “비록 대우는 충분하지 못해도 개인적인 고민까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동종업계에 비해 장기근속자가 많은 편이다.
셋째, 무재해 사업장 유지다. 이 회사는 올해 ‘무재해 8배수 사업장’ 표창을 받았다. 전기로에서 만들어진 액체상태 알루미늄과 아연이 금형 공정으로 옮겨지고 여기에서 제품이 가공되는데 고온의 반제품이 이동되는 사업장을 무재해로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 사장이 직원들과 밤늦도록 현장을 지키는 것도 납기를 준수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는 개성공장 가동이 중단된 뒤에는 밤 12시까지 직원들과 함께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을 지키는 일이 더 잦아졌다.
오 사장은 녹록지 않은 경영여건 속에서도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7명의 직원으로 연구소를 만들어 각종 다이캐스팅 부품을 개발했고 글로벌 기업에 수출했다. 그가 중소기업청장 표창, 국무총리 표창, 인천시 과학기술상 금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가스오븐레인지용 안전밸브를 개발했다. 오 사장은 “이 안전밸브는 자가 소비용으로 제작하는 가전업체를 제외하면 수출 등 판매용 제품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기업의 특허가 만료되자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 제품을 내년 초부터 미국 시장에 내보낼 예정”이라며 “그럴 경우 연간 수출액이 1000만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사장은 100여종의 생산 제품 가운데 생산량이 너무 적거나 납품처가 먼 곳에 있는 제품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아울러 안전밸브처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점 생산할 계획이다. 그는 “개성공장이 재가동되면 도약의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중창단 만들어 활동…"기업 경영도 하모니가 중요"

오 사장은 “주로 친구 자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데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테너인 그는 멜로디 파트를 맡는다. 중창은 화음이 생명이다. 아무리 개인 실력이 뛰어나도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면 중창은 무너진다.
오 사장은 “기업 경영도 똑같다”고 말한다. 개인의 능력보다 서로 협력하고 화음을 이뤄야 한다. 그가 종업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 경조사가 있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직접 간다. 직원들은 오 사장을 최고경영자라기보다는 형처럼 생각하고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에는 필리핀인 등 외국인 근로자 8명이 일한다. 이들 역시 그를 친형처럼 푸근하게 생각한다. 이들 중 세 명은 이 회사에서 일한 뒤 만기 출국했으나 한국어시험에 합격해 재입사했다.
오 사장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뿌리산업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외국인은 보물처럼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