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하는 하메네이 > 14일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테헤란 모처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 투표하는 하메네이 > 14일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테헤란 모처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14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에서 보수파와 개혁파가 일대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서방과의 관계는 물론 여성 및 소수민족, 정치범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태도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종교 지도자가 주요 현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 이란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주요 쟁점인 핵개발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면서 대선 후보들은 관련 입장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개혁파가 득세하면 하메네이 역시 이 같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들어 국내 인권 문제 등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중도·개혁파가 연대해 하산 로하니 전 핵협상단 대표를 단일 후보로 추대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는 힘을 얻고 있다. 이란 통신사 메흐르가 유권자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로하니는 14.6%의 지지율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전 테헤란 시장(지지율 17.8%)이다. 칼리바프는 테헤란 시장 재직 시절 경제 정책에 대한 수완을 인정받은 데다 이슬람 성직자를 비롯한 보수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잘릴리는 9.8%로 3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를 해야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란 선거 시스템에서 14일 당선자가 가려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2위 후보만으로 결선투표가 21일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의 40% 이상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누구도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결선투표에 개혁파와 보수파의 후보가 하나씩 올라가느냐, 2명 다 보수 후보가 올라가느냐다.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경제 실패로 재임 8년간 신망을 잃은 것은 개혁파에 호재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가 통치하는 데 따른 이란 국민들의 정치 냉소주의로 투표율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 변수로 꼽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