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0대 구직자는 어쩌라고…
“내 나이 38살. 백수 된 지 14년. 공무원 시험준비만 13년째. 이젠 고3들까지 눈치보이고. 진짜 살기 싫다.”(아이디 maie****) “명절엔 고향집 가는 걸 포기해온 우리로선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제목이 가슴에 와 닿네요.”(아이디 rhkd****)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쏟아낸 정책으로 인해 30대 구직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기사(“정부에 뒤통수” 뿔난 30대 구직자·본지 10일자 A31면)가 나간 뒤 한 포털사이트에는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안정적인 공기업만 생각한다’며 30대 구직자들을 비판하는 글도 가끔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30대 구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내놓는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하는 비판이었다.

2011년 공공기관에서 ‘조카뻘’인 고졸 출신을 우대하는 법안이 시행됐을 때만 해도 잠잠하던 ‘30대들의 반란’은 올 5월, 늦깎이 구직자들에게 예민한 연령제한을 들고나오면서 시작됐다. 국회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청고법)을 개정, 내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295곳)에 29세 이하 청년구직자를 정원의 3% 이상 채우도록 의무화한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고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3년 동안 연령제한에 걸려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30대 구직자는 39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30대들의 반발이 거세고 네티즌의 반향이 예상을 뛰어넘자 ‘청고법안’을 발의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 측에서 진화에 나섰다. 그는 10일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공공기관에 따라 30대 청년들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기업까지 이 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만난 공기업 인사팀장 A씨는 “정원을 늘리려면 예산을 더 써야 한다”며 “방만한 경영을 지적받아온 공기업에 세금을 쏟아붓는 걸 국민이 용납하겠나”라고 난색을 표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도 “공무원도 채용연령 제한을 없앴는데 민간기업에까지 연령 제한을 도입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고 갸우뚱했다.

1977년생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 장 의원이 법안 발의 과정에서 쏟아부은 노력엔 박수를 보내지만 30대 동년배가 처한 현실에 세심한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