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구직자들이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홍선표 기자
30대 구직자들이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홍선표 기자
“정부에 계속 뒤통수를 맞는 기분입니다.”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30대 구직자 모임인 ‘공정한 채용을 원하는 청년 연합’(공청련) 회원 60여명이 모여 청년고용촉진특별법(청고법)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공청련 대표 조모씨(32)는 자신만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는 듯한 느낌이라며 허탈해했다. 서울 모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조씨는 로스쿨 도입으로 준비하던 사법시험을 접고 공기업 법무직으로 진로를 돌렸지만 지방대·고졸자·20대 우대정책이 장벽으로 다가왔다.

○갈 곳 잃은 30대 구직자

9일 고용노동부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20대와 고졸자, 지방대 출신의 취업을 돕는 정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연령·학력·지역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30대 구직자들은 지난달 22일 시행된 청고법 개정안을 대표적인 연령 역차별 법안으로 꼽고 있다. 공청련은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에 청고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했다. 청고법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내년부터 3년간 매년 만 29세 이하 청년 구직자를 정원의 3% 이상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대 구직자들은 공기업의 연간 채용인원이 정원의 3%를 밑도는데 청고법이 적용되면 30대의 공기업 입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형 공기업 14곳의 5년 평균 정원 대비 신규채용 인원 비율은 3.03%다. 정원이 2만명에 가까운 한국전력공사는 1.53%에 그친다.

대학원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한 이모씨(30)는 “대학 다니며 1년 휴학하고, 군대를 다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벌써 서른”이라며 “남자들은 서른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른 살이 넘었다고 취업을 막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달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28.6세다.

고졸 출신과의 학력 역차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고졸 우선채용 비율은 2011년부터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고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5·7급 공무원 채용시험 때 지방대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하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수도권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민간기업 30대 채용 기피 우려

공기업 인사팀장 A씨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30대에게 취업문을 개방한 몇 안되는 곳이었는데 이곳이 막히면 30대는 갈 곳이 없다”며 “30대를 채용하지 않는 관행이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원 토목과를 나와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모씨(33)는 “업무 특성상 연구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고졸 출신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석사 연구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뽑고 있다”며 “고졸 출신은 인턴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지만 대졸 인턴은 서류전형 면제가 고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종구 한국취업진로학회 수석부회장은 “채용에서 공정성 시비는 치명적”이라며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주는 제도는 고용시장 전반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부에 따르면 청고법 개정안 등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30대 취업애로 계층은 39만4000명(2009년 기준)으로 전체의 21.6%를 차지했다. 고졸 채용 우대 정책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대졸 이상 취업애로 계층은 52만4000명(28.7%)이다.

홍선표/양병훈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