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부 장관 단독 인터뷰 "지도에 선만 긋고 송전탑 공사…한전, 주민 수용 여부 고려해야"
“(전기를 많이 쓰는) 주요 30개 기업에 공무원을 파견해 놓고 절전을 독려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지난 5일 밤 서울아산병원에서 간부 직원의 상가에 조문을 왔다가 기자와 만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은 연신 소주잔을 비웠다. 불량 부품 사용으로 인해 지난달 29일부터 원자력발전소 3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여름철 전력 수급에 초비상이 걸리자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심경을 이렇게 내비친 것이다.

국내 부품 검증업체가 외국 기관의 시험 결과마저 조작한 이번 원전 비리 사건은 윤 장관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인 비리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전력 수급 비상상황에 대해 ‘정말 공무원까지 파견해 강제 절전하겠느냐’고 확인하자 그는 “그렇게까지야 할 수 있겠나”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윤 장관은 공급 확대 문제도 거론했다. 오는 8월 수립할 예정인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정말 샅샅이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2차 계획은 원전 4기의 추가 건설 계획을 반영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4기의 신규 건설 계획은 당초 지난 2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예정이었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원전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미뤄져왔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8월 수립됐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활용을 점차 확대, 전체 발전설비 중 30%인 원전 비중을 2030년 41%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장관은 “발전소만 많이 짓는다고 전력 수급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최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또다시 중단된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를 되짚었다.

그는 “한국전력이 옛날에 하던 방식대로 그냥 지도 위에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선만 긋고 공사해선 안 된다”며 “현지 주민들의 수용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신 중부 변전소가 제대로 서야 중부지역 전기 공급이 가능하고 이 지역 내 공장 유치도 가능하다”며 “이런 점을 제대로,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원전 비리가 잇따라 터지는 게 2001년 한국전력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6개 발전 자회사로 분리된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또 합쳐야 하나”라고 답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차질 여부에 대해선 “한 번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는 또 포탄이 떨어지지 않을 걸로 본다”며 “한국에 대한 UAE의 신뢰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결국 6일 김균섭 한수원 사장을 면직해 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청했지만 그에 대한 착잡한 심경도 하루 전에 토로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김 사장은 한수원에 외부 인물을 수혈하는 등 개혁을 진행하면서 평판이 좋았지만 잇단 비리에 따른 국민정서 악화를 추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