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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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소염다초(少鹽多醋)’를 건강장수의 비결로 꼽았다. 소금은 적게, 식초는 많이 먹으라는 말이다. 요즘에야 첨단의학 덕분에 나트륨이 몸에 나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옛날엔 어떻게 알았을까. ‘동의보감’에 ‘식초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어 옹종(擁腫)을 없애고 혈운(血暈)을 부수며, 모든 실혈(失血) 과다와 심통(心痛)과 인통(咽痛)을 다스리고, 어육과 채소독을 소멸시킨다’는 설명이 나온다.
식초를 만드는 방법은 삼국시대부터 전수됐다는데, 조선시대 ‘고사촬요(攷事撮要)’에 양조식초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 있다. 식초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에 좋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위기 때 식초가 특수를 누린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합성식초와 양조식초로 나뉜다. 빙초산이라 부르는 합성식초는 몸에 나빠 식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건강 식초는 천연발효 양조식초를 말한다. 쌀식초와 현미식초, 사과식초, 포도식초, 감식초, 발사믹식초 등이 그것이다. 서양에서는 와인식초와 사과식초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러고보니 영어의 식초(vinegar)가 프랑스어의 포도주(vin)와 신맛(aigre)을 합친 단어다. 동양에서는 쌀식초를 많이 쓴다.
식품학자들은 식초를 유기산의 보고라고 말한다. 각종 아미노산과 사과산 등 약 60가지 유기산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식초의 알칼리성 작용으로 산성화를 막아주고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 폐경기 여성에게 도움이 되며, 피로 해소와 피부노화 방지에도 좋다고 한다.
먹는 것 외에도 농약이 묻은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 살균, 세정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여름철 초밥 등을 포장할 때 약간의 식초를 뿌려주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육류와 생선, 과일, 채소를 저장하고 절이는 데 사용됐다.
엊그제 ‘식초를 이용해 자궁경부암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사망률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암학술회의에 보고됐다니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하긴 예부터 질병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음식의 장기 저장 등 인류사적 환경을 건강하게 해 준 게 식초의 역할이었다. ‘식초 서 말을 코로 들이마셔야 정승이 될 수 있다’는 속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송나라 때 재상 범질이 새 재상으로 추천된 동료에게 해 준 말인데, 아무리 시고 떫은 말이라도 이를 잘 발효시켜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라는 뜻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식초를 만드는 방법은 삼국시대부터 전수됐다는데, 조선시대 ‘고사촬요(攷事撮要)’에 양조식초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 있다. 식초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에 좋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위기 때 식초가 특수를 누린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합성식초와 양조식초로 나뉜다. 빙초산이라 부르는 합성식초는 몸에 나빠 식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건강 식초는 천연발효 양조식초를 말한다. 쌀식초와 현미식초, 사과식초, 포도식초, 감식초, 발사믹식초 등이 그것이다. 서양에서는 와인식초와 사과식초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러고보니 영어의 식초(vinegar)가 프랑스어의 포도주(vin)와 신맛(aigre)을 합친 단어다. 동양에서는 쌀식초를 많이 쓴다.
식품학자들은 식초를 유기산의 보고라고 말한다. 각종 아미노산과 사과산 등 약 60가지 유기산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식초의 알칼리성 작용으로 산성화를 막아주고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 폐경기 여성에게 도움이 되며, 피로 해소와 피부노화 방지에도 좋다고 한다.
먹는 것 외에도 농약이 묻은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 살균, 세정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여름철 초밥 등을 포장할 때 약간의 식초를 뿌려주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육류와 생선, 과일, 채소를 저장하고 절이는 데 사용됐다.
엊그제 ‘식초를 이용해 자궁경부암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사망률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암학술회의에 보고됐다니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하긴 예부터 질병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음식의 장기 저장 등 인류사적 환경을 건강하게 해 준 게 식초의 역할이었다. ‘식초 서 말을 코로 들이마셔야 정승이 될 수 있다’는 속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송나라 때 재상 범질이 새 재상으로 추천된 동료에게 해 준 말인데, 아무리 시고 떫은 말이라도 이를 잘 발효시켜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라는 뜻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