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해결에 美中 협력 필요"
中 사이버공격, 영토분쟁 관련 강압적 행위 경고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개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면서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핵미사일 개발을 추구하는 북한의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위험한 도발로부터 미국 본토와 우방을 보호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의 미사일 방어를 크게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이글 장관은 "주변국을 위협하는 북한과 어느 국가도 평상시처럼 처신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태세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핵위협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동ㆍ남중국해의 영토분쟁과 관련, 현상을 바꾸는 어떤 강압적인 시도도 반대한다며 '현상 유지(status quo)'를 바랐다.

그는 "이 지역의 많은 영토분쟁으로 야기되는 오판과 위기에 대해 우려한다"며 "미국은 주권 문제에 대해 특정국가를 편들지는 않으나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강압적인 시도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남중국해 난사군도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 5개국의 영토 분쟁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중국 해커들의 군사정보 해킹 의혹에 대해 중국 정부와 군을 겨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미국은 점점 커지는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시해왔으며 그 위협의 일부는 중국 정부와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해킹 의혹을 부인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사이버공간에서의 행동에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데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이달 7~8일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민해방군 야오 윈주 소장은 헤이글 장관의 연설이 끝난 뒤 질문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중국의 영향력과 군사력 증대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며 "이것이 중국과의 관계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시키겠는가"라고 반박했다.

헤이글 장관은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오랜 긴장관계에 대해서는 "지속적이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토대로 입장차를 해소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은 또 미국의 군비 지출 삭감이 아시아중시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공군이 전술 항공기와 폭격기를 포함해 해외 주둔 병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했으며 해병대는 매년 2만5천명이 호주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신형 연안전투함 4대를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대규모 해군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헤이글 장관은 또 아세안 10개국의 국방장관들을 내년에 하와이에서 열리는 회의에 초청했다.

첨단 스텔스 기능, 대잠수함 능력을 갖춰 수심이 얕고 섬이 많은 연안 기동에 적합한 연안전투함은 동ㆍ남 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세안 10개국 중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4개국은 중국과 난사군도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서울·방콕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