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에 대한 모든 편견 1초 만에 깨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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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굴이 있다. 이른바 사계절 내내 손가락만한 뽀얀 속살을 자랑하는'갯벌 참굴'이다. 오후 기온이 27도를 넘나들었던 지난 31일. 여름에도 맘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굴을 찾아 청담동 식당 '시오리'를 찾았다. 2층에 자리잡은 식당의 계단에는 굴껍질이 줄을 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에 치여 가루가 날리는 굴껍질이 아니었다. 온전한 진주 하나는 품었을만한 크기의 껍질들이었다.
생굴은 관자를 분리해서 한 번 씻어 접시에 담겨 나왔다. 접시를 보는 순간, 찰나의 '1초' 만에 상식이라고 믿었던 얘기들은 편견이 됐다. 족히 손가락 하나만큼은 될만한 크기의 굴들이 신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고추장 대신 레몬과 와인소스가 곁들여 나왔다.
시오리의 김승혁 부장은 여름에도 신선한 굴을 먹을 수 있는 비결로 '산란 억제'를 꼽았다. 굴은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제철로 알려져 있다. 여름기간에는 산란을 하면서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먹기 적절하기 않아서다.
하지만 '산란 억제'를 통해 생산된 굴은 독성의 위험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미 프랑스나 유럽 등지에서는 굴을 사시사철 먹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갯벌 참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프랑스에서 배워온 방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그물보자기에 새끼 굴을 넣고 널평상에서 올려놓고 키우는 방식이다. 사계절 날씨에 노출돼 탱탱한 육질을 자랑한다.

김 부장은 "국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알굴, 봉지굴, 냉동굴, 하프쉘(껍질을 반만 벗겨낸 굴) 등만 맛봤을 것"이라며 "1년 미만의 굴이다보니 크기가 작고 요리에 첨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굴 하나도 영양가가 충분한 요리가 될 수 있고 이 식당을 통해 검증받았다"고 자부했다.
시오리는 2011년 기존의 일식집을 굴과 크랩 전문 식당으로 개조됐다. 맛집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월매출이 1억원을 넘나들 정도로 인기다. 앞으로 청담점은 안테나숍(상품의 판매동향을 탐지하기 위해 직영하는 점포)으로서가 아니라 가맹사업본부의 역할도 할 계획이다.
김 부장은 "어민들에게 사계절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굴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영양가 있는 굴을 사계절 먹을 수 있다고 알리고 싶다"며 "편견이 깨지기가 어려운 만큼 가맹점 사업도 점진적으로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에서 나오는 계단에 걸린 그림들이 새삼스러웠다. 프랑스 루이 15세가 베르사유궁 왕의 식당에 걸기 위해 의뢰한 그림으로 알려진 장프랑수타 드 트루아의 <굴 점심식사> 그림이었다. 상식이라고 믿었던 편견 때문에 300년 전부터 이미 알려진 사계절 영양식을 우리만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