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자금 의혹 이후 근거 없는 루머들까지 나오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해외사업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줄줄이 파토나는 등 해외사업에 차질이 발행했습니다."(CJ그룹 관계자)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CJ의 성장축인 해외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비자금 조성 창구가 CJ푸드빌 등 해외 진출 주력사로 알려져 해외사업의 성장성과 투명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CJ가 당초 계획대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비자금 및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는 CJ그룹주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오후 2시10분 현재 지주사인 CJ 주가는 12만5000원으로 검찰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 21일부터 6거래일 만에 8.4% 폭락했다. CJ는 해외진출 기대가 실리며 3월까지 연달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주가도 곤두박질했다.

계열사 주가도 내림세다. CJ E&M(-7.8%)과 CJ CGV(-7.1%), CJ프레시웨이(-6.9%) 등 해외사업 확장에 나섰던 계열사들의 낙폭이 컸다.

CJ그룹 주들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체 시가총액도 급감했다. 증시에 상장된 CJ그룹 9개 상장사의 시총은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17조53억 원에서 27일 15조7900억 원으로 일주일 새 1조2153억 원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CJ의 해외사업 진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CJ푸드빌은 2017년까지 매년 700억~1000억 원을 투자해 해외 음식점 수를 4700개까지 늘리고 해외 매출 2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계획이었다" 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의혹으로 해외 투자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CJ CGV와 CJ대한통운도 버진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운영하고 해외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CJ그룹 주가는 공격적인 해외사업 진출로 많이 올랐다" 며 "해외사업 추진과 주가 반등 여부는 비자금 조성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수십억 원을 국내로 들여와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한 비자금 규모는 70억 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검찰이 CJ그룹 압수수색에 돌입한 데 이어 국세청은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되는 CJ푸드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해외 차명계좌로 국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거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또 검찰은 CJ그룹 주주들의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을 압수수색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