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50돌 맞은 국민 의약품 삼총사 '박·아·삐'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평균 수명은 15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제품이 이보다 짧은 10년이 채 안돼 시장에서 사라진다. 거친 경쟁 환경에서 한 제품이 장기간 살아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50년, 즉 반세기의 생명력을 가진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자랑이자 큰 영예다.

올해 나란히 50돌을 맞은 동아제약의 ‘박카스’, 일동제약의 종합비타민 ‘아로나민골드’, 유한양행의 ‘삐콤씨’가 남다른 이유다. 일명 ‘박·아·삐’로 불리는 이들 동갑내기 장수 브랜드 3총사는 50년째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며 해당 제조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2010년 기준 27년2개월인 대한민국 1000대 기업의 평균 나이와 비교할 때 삼촌 뻘인 이들 브랜드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50년 장수 비결 ‘이유 있네’

‘박·아·삐’ 3총사는 항상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국내 최초의 자양강장 드링크제 ‘박카스’는 1963년 음료 형태로 처음 팔린 후 50년째 동아제약의 간판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초 박카스는 1961년 알약 형태의 정제로 만들어졌으나 제조기술 미숙으로 당의를 감싸는 외피가 녹는 문제로 반품이 잦았다. 고심 끝에 1963년부터 지금과 같은 음료 형태로 전환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박카스는 전문지 중심의 광고가 주류이던 1960년대 TV 라디오 신문 옥외광고 등 매스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 전략으로 드링크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활력을 마시자’는 메인 카피와 당시 인기 코미디언 김희갑, 여배우 남미리를 등장시킨 광고로 히트를 쳤다. 지난해 6월까지 팔린 양은 총 175억병. 전 세계 인구가 두 병 이상 마신 셈이다. 2012년 동아제약의 매출 9310억원 가운데 박카스 나홀로 1709억원을 책임졌다.

국내 최초의 활성비타민제 ‘아로나민골드’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카피로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판매 초기였던 1966년 김기수 선수의 세계 주니어 미들급 타이틀 매치를 활용한 프로모션은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로 꼽힌다. 지금까지 팔린 양은 총 74억정.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당 약 150정을 소비한 셈이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올려 일동제약 내 단일 브랜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삐콤씨’는 1960년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종합비타민제다. 1963년 삐콤씨 출시 당시 이름은 ‘삐콤정’. 6·25전쟁 후 가난에 시달리던 많은 사람들이 영양 부족으로 펠라그라, 각기병 등 비타민B 결핍증이 많을 것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이후 1987년에는 삐콤정에 성분을 보강하고 비타민C를 12배 늘린 ‘삐콤씨’로 업그레이드됐다. 지금까지 연 평균 100만개가 팔려 나가며 가족 영양제로 각광받았다. 박찬호 선수가 모델을 맡은 삐콤씨는 연 160억원의 매출로 지천명(知天命) 나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끊임없는 진화로 영역 확장

알약 형태에서 출발한 박카스는 드링크제 ‘박카스D’ 이후 리뉴얼한 ‘박카스F(포르테)’, 여기에 타우린 성분을 두 배로 늘려 다시 나온 ‘박카스D’, 여성과 젊은층을 겨냥한 ‘박카스 디카페’까지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는 국내와 다른 캔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캄보디아 드링크제 1위에 오르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또 다른 박카스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로나민도 1970년 ‘골드’를 출시하는 등 소비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제품군을 확장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비타민B를 기본으로 처방을 달리한 다양한 시리즈 제품을 내놨다. 안티에이징 콘셉트의 ‘아로나민 씨플러스’, 눈·망막 보호를 위한 눈영양제 ‘아로나민아이’, 신경통·관절통에 효과적인 ‘아로나민 이엑스’, 노년층을 위한 ‘실버’까지 총 5종류의 시리즈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혔다.

삐콤은 출시 20년 만인 1987년 ‘삐콤씨’로 첫 변신을 시도한 이후 계속 옷을 갈아 입고 있다. 1997년에는 엽산 비타민E 철분 등을 보강한 ‘삐콤씨 에프’를 내놨고 2004년에는 답즙 분비를 촉진하는 우루소데스옥시콜린산과 엽산 아연 등을 함유한 ‘삐콤씨 에이스’를 선보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