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슈워제네거 前 캘리포니아주지사 "정치인 정당 아닌 국민 섬겨야…남북관계 인내심 필요해"
입력2013.05.24 17:28
수정2013.05.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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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 아널드 슈워제네거 前 캘리포니아주지사
USC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
캘리포니아 재정위기때 신념 깨고 증세 요구 수용
국민위한 '최적점' 찾는게 의무
朴 대통령은 '철의 여인'…뛰어난 정치인으로 남을 것
보디빌더 영화배우 주지사 대학교수.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지사(65·사진)가 걸어온 이력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주연배우로 국내에 잘 알려진 그는 2003년 공화당 후보로 캘리포니아주지사에 출마해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해 2011년까지 정치에 몸담았다. 지금은 미국 USC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슈워제네거는 24~2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USC 글로벌 콘퍼런스 2013’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한다”며 “지나치게 정당 이념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에선 ‘스위트 스폿’ 찾아야
슈워제네거는 2009년 캘리포니아주 재정비상사태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주지사 재임 시절인 2009년 연간 재정적자가 250억원에 달하면서 비상재정 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당시 공무원 연금 개혁이 지체되면서 적자가 누적된 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다”며 “세입이 세출을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재정위기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주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범죄자를 조기에 출소시키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했다. 당시 공화당은 사회복지비용 축소 등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증세를 통한 재정위기 타개를 요구했다. 슈워제네거는 “보수주의 성향이어서 가장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바로 세금 인상”이라며 “그러나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당 이념을 거스르더라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치를 할 때 정당 이념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스위트 스폿(sweet spot·최적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위트 스폿은 테니스를 칠 때 라켓에서 공이 가장 멀리 날아가게 맞히는 지점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에서 논쟁이 되는 성장과 분배 문제도 한쪽을 고집할 게 아니라 스위트 스폿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비상사태 선포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주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주의회 의원들은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한 정치인 될 것”
2010년 주지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슈워제네거는 “한국에 와서 이 대통령의 별명이 불도저라는 것을 듣게 됐다”며 “터미네이터와 불도저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2년 보디빌더 강습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후 이번 방문이 다섯 번째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슈워제네거는 “박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철의 여인’”이라며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역사상 뛰어난 여성 정치인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해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은 박 대통령과 달리 나이가 어리고, 준비된 정치인도 아니다”며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서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워제네거는 “옛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만 하면 남북관계 경색이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터미네이터5’의 상영 시점도 전격 공개했다. 그는 “2주 전에 터미네이터5 대본을 받았다”며 “내년에 개봉되는데 많이 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미국 배우이자 정치인이다. 1947년 태어나 15세 때 보디빌더가 됐다. 1970년부터 1980년까지 보디빌더 대회인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1위만 7번 따내 역대 최다 우승 타이틀을 얻었다. 영화계에는 1969년 ‘뉴욕의 헤라클레스’로 데뷔했으나 초기 10년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1984년 ‘터미네이터’를 통해 인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은 최고의 명성을 가져다 준 영화로 꼽힌다. 그는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혔다.
2003년 캘리포니아주지사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영화로 많은 돈을 번 터라 주지사 임기 중 연봉을 모두 사회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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