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작은 나라가 개화기를 맞이하려고 한다.”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가 1968년 쓴 장편 역사 소설 ‘언덕 위의 구름’ 첫 문장이다.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된 메이지 일왕 재위 시기(1867~1912)를 배경으로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1905) 당시 활동했던 군인 형제와 시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최신호(18일자)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일본 경영자 115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서적 베스트 10’을 설문조사한 결과 ‘언덕 위의 구름’이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선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정밀하게 묘사했다”는 칭송을 받으며 출판 뒤 지금까지 2000만부 넘게 팔려 나간 책이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침략의 야욕을 미화한 우익 성향의 역사소설”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책)’로 새로운 경기회복을 노리는 가운데 이 작품이 1위에 오른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 서적이 아닌 소설임에도 이 책을 ‘최고의 비즈니스 서적’으로 추천한 경영자들은 “메이지 시기의 일본인들이 지녔던 기개와 합리성이 돋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역사를 통해 경영 철학을 익히려는 일본 경영인들의 취향은 ‘비즈니스 서적 베스트 10’에 오른 다른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책이 노나카 이쿠지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 6인의 경영학자들이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의 실책에 대해 서술한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다. 이 책은 ‘언덕 위의 구름’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자만심과 경직된 조직문화가 태평양 전쟁의 패배를 불렀다는 점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도 일본 경영자들의 애독서로 뽑혔다.

평소 일본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와 ‘경영의 실제’ 등도 비즈니스 서적 베스트 10에 포함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