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노·사·정 대화에 민주노총이 “결코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대화 참여 대신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관련 근로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통상임금 소송이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 대화 참여 않겠다”

민주노총은 14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방문 기간 중 통상임금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6월부터 본격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매우 우려스럽다”며 “노·사·정 대화에 눈길조차 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전체를 대상으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알면서도 노조가 없어 소송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면 민주노총이 지원할 계획”이라며 “노조 미조직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송영섭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총연맹 차원뿐 아니라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에서도 사업장별 현황을 파악하는 등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도 대화 부정적

고용부는 민주노총이 불참하면 한국노총만이라도 테이블에 앉도록 설득해 노·사·정 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주노총도 참여해주면 좋지만 안 되면 한국노총만이라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에 대한 한국노총의 반응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미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에서 댄 애커슨 GM 회장의 통상임금 문제 지적을 듣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 협력하는 것도 노조의 본분”이라고 말해 노·사·정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그러나 직후 한국노총은 “대통령의 ‘통상임금 공론화’ 발언은 자칫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법권에 대한 침해로 비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대통령이 정작 지적해야 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비판적인 성명을 냈다. 문 위원장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계획이 있더라도 조직 내에서 이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법원에도 미묘한 기류

법원과 정부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입법과 정부 정책의 잘못보다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한 대법원 등의 판결이 문제 진원지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법원 측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원은 판결이 엇갈리면서 통상임금 논란을 증폭시키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사업장마다 단체협약이나 임금 지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판결 역시 다르게 나오는 것이라는 해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판례가 쌓이고 임금 지급 방식이 유형화되면 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관련 상고심은 11건이다. 하지만 1~2개월 이내에 선고가 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법관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는 것이 대법원 측 설명이다.

양병훈/김병일/홍선표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