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그동안 꽁꽁 틀어쥐었던 돈자루를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대규모 양적완화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이 보유현금으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혼다와 도시바 등 일부 회사가 최근 중기 경영계획에서 올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반도체 부문 투자를 전년보다 약 두 배 늘릴 예정이다. 혼다는 올해 멕시코 공장 신설에 4억7000만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포함해 전체 사업 부문의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8% 늘리기로 했다. 일본 대형 운송업체 야마토운수도 배송망 확장을 위해 올해 현금 투자를 지난해보다 70% 늘린다.

일본 제조업계의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곳은 장비업체들이다. 미쓰비시전기는 지난 3월 공장용 장비 수주가 전월보다 두 자릿수 퍼센트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 해당 분야 매출이 약 1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WSJ는 “아베노믹스 중 하나인 ‘세 번째 화살(성장동력 확보)’이 과녁에 명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자산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뒤 일본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기만 할 뿐 신규투자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1990년만 해도 일본의 기업투자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13%로 감소했다.

일본 내 대다수 전문가는 “설비투자 증가는 확실히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이를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와 쉽게 연결해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