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앙숙' 가르시아, 17번홀 참사
타이거 우즈(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세르히오 가르시아(33·스페인)가 또 눈물을 훔쳤다. 13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지막날 공동 선두로 우즈와 우승 트로피를 다투던 가르시아는 아일랜드홀 17번홀(파3·135야드)에서 ‘대참사’를 당했다.

2008년 이 대회 챔피언인 가르시아는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우즈와 공동 선두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주변이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17번홀 아일랜드 그린에서 버디를 잡으면 우승도 가능해 보였다.

가르시아는 피칭웨지로 핀을 직접 공략했지만 바람의 영향을 받은 볼은 그린 오른쪽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1벌타를 받고 가르시아가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턱을 맞더니 뒤로 튀어 다시 물에 빠졌다.

다시 1벌타를 받고 다섯 번째 샷을 그린 에 올린 가르시아는 2퍼트로 마무리하며 ‘쿼드러플 보기’를 했다. 18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왼쪽 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17, 18번홀에서 6타를 까먹으며 공동 선두에서 공동 8위로 추락했다.

우즈와 가르시아는 오래전부터 ‘앙숙’ 관계다. 가르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함께 플레이하고 싶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그러자 우즈는 “원래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다”며 묵살했다.

1999년 PGA챔피언십에서 1타 차로 우승(우즈)과 준우승(가르시아)을 하면서 둘은 라이벌로 여겨져왔다. 당시 1라운드 13번홀(파3)에서 5.5m 버디 퍼트에 성공한 가르시아는 뒤쪽 티박스에서 티샷을 기다리던 우즈를 향해 당돌하게 인사했다. 그는 훗날 “나를 이기려면 꼭 이 홀에서 버디를 낚으라는 메시지를 우즈에게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우즈는 “가르시아처럼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실제로 그렇게 해냈다”고 응수했다.

우즈는 가르시아와 이번 대회 전까지 12차례 대회에서 19번 라운드를 함께 돌았고 언더파를 친 여덟 번의 라운드에서 모두 가르시아를 앞섰다. 커트를 통과해 두 선수가 우승을 놓고 겨룬 3~4라운드에서 우즈는 이번 대회까지 가르시아에게 7전 전승을 거뒀고 해당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