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일부 자치구가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인상분을 메우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봉투값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부터 음식물쓰레기폐수(음폐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처리비용이 오르자 이 비용부담을 시민들에게 슬그머니 떠넘긴 것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봉구는 지난달 1일 음식물쓰레기 봉투값을 종전 ℓ당 25원에서 35원, 강북구는 지난 1일 ℓ당 20원에서 35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성북구는 지난 4월 봉투값을 ℓ당 25원에서 60원으로, 마포구는 18원에서 40원으로 두 배 이상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관악구를 비롯한 6개 자치구는 늦어도 올해 안에 봉투값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들 자치구는 버린 만큼 수수료를 부과하는 ‘음식물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하면서 봉투값 인상을 단행했다.

자치구가 잇따라 봉투값 인상에 나선 건 민간업체가 처리하는 음폐수 처리비용이 지난해 대비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해당 자치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런던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음폐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육상 시설에서 음폐수를 처리해야 하는 비용이 상승한 것이다. 각 자치구에서 음폐수 처리를 위탁받은 민간업체는 종전 당 7만~8만원 수준인 단가를 10만~11만원까지 인상하기로 지난 3월 서울시와 합의했다. 시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서울 자치구 10곳은 10만5000원 안팎에서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자치구들이 올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평균 10억원 정도. 결국 전면 무상보육 정책으로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구들이 봉투값 인상을 통해 인상분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A구청 관계자는 “ℓ당 몇십원 수준인 봉투값을 올리더라도 대다수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음폐수 처리비용 인상에 따라 봉투값이 인상될 것이란 지적은 올초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1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봉투는 대책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연내 봉투값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치구가 봉투값을 인상한 것에 대해 시 관계자는 “봉투값 인상은 자치구의 권한이어서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