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공부 않고 인기 좇는 의원들…한탕식 정책 남발 문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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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원내대표직 내려놓는 이한구 의원
재주꾼들만 조명 받으니 입법에 충실한 정치인 묻혀
정권 재창출이 가장 잘한일…쇄신 마무리 못해 아쉬워
이제 평의원으로 돌아가…일자리·성장동력 발굴 주력
재주꾼들만 조명 받으니 입법에 충실한 정치인 묻혀
정권 재창출이 가장 잘한일…쇄신 마무리 못해 아쉬워
이제 평의원으로 돌아가…일자리·성장동력 발굴 주력

‘미스터(Mr) 쓴소리’로 불리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68·사진)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부는 안하면서 언론을 등에 업고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발탁되면서 한탕주의식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면 1년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간다. 원내대표 임기를 채 1주일도 안 남긴 상황에서 스스로 힘을 뺄 만도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공부 안하는’ 정치인들이 이 원내대표의 첫 번째 일갈 대상이었다.
그는 “과거에 뭐했는지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이 국회에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며 “기본이 안되고 공부도 안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어떤 정책을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야를 떠나 당내 이념이 달라서 당론이 안모이는 경우보다 뭘 모르는 정치인들이 앉아있어 당론을 만들기 힘든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정권 말 원내대표의 가장 큰 임무였던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다만 특권 내려놓기 등 국회쇄신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한 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긴 쉽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란과 관련, 이른바 ‘보자기론’을 펴며 과잉 입법 우려를 강력히 제기했다. 그는 당시 경제민주화를 “보자기 안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냄새도 다르게 난다”며 “그 안에 있는 게 어떤 내용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꾸 얘기되다 보니 오해와 논쟁이 많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각 상임위에서 경쟁적으로 밀어붙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도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걸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원내대표는 “보자기론은 개인적인 지론이 아니라 진리”라며 “포괄적인 개념의 경제민주화가 자칫 경제활력을 꺾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일자리 창출과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언제까지 경제민주화에만 매달릴 수 없다”며 “일자리와 성장동력 등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연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때론 타협도 했던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현 원내대표에 대해선 “두 분 모두 나라 전체를 생각할 줄 아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입법 과정에 ‘여야 합의’가 필수가 돼버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취지는 좋지만 국내 정치상황에선 소수당이 다수당을 꼼짝 못하게 해 식물국회를 만들기 딱 좋은 법”이라며 “야당의 정치 행태가 선진화되지 못하면 선진화법은 바꾸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정치 인생에 몇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교수 출신이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서도 “4선 고지를 넘은 걸 보면 괜찮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고 돌려말했다. 그는 “부인이 처음 선물로 준 지갑을 40년 동안 한번도 안바꾸고 쓰고 있는 걸 보면 보수주의자인 게 확실한 것 같다(웃음)”며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 언행일치를 중시하는 중도 보수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정호/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