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연간 이익 추정치가 계속해서 감소하면서 추정치 자체의 신뢰도도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

7일 증권정보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 수 세 곳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상장기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총합은 131조6000여억원, 연간 순이익 총합은 10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1일 추정한 연간 영업이익 138조1000여억원보다 4.7%, 연간 순이익 108조1000여억원에 비해서는 5.6% 줄어든 액수다.

이 같은 이익 추정치 감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초 국내 상장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40조원이었으나 결산 자료에선 105조원으로 24.9%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 침체 지속과 세계 경제 회복 지연 등 거시경제 환경이 좋지 않았고 최근엔 엔저, 북한 리스크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이익 전망의 변동성이 커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정기관 애널리스트들의 과도한 긍정적 전망이 연초에 매번 되풀이되고 △각 기업이 준 이익전망 수치를 기초로 하는 점 등도 주요인이라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순이익이 연초 예상보다 7.7% 늘었다”며 “이 경우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익 추정치가 연중 계속 하락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4분기 연속 당초 전망을 밑도는 실적이 나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를 불신하고 전혀 이익이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익 추정치는 주가지수나 업종지수, 개별 종목 주가 움직임에 선행하거나 동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증시에서는 그런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증권정보제공 업체인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8개 업종 가운데 14개 업종의 연간 순이익 추정치가 연중 계속해서 낮아졌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