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 국내 투자 14% 늘린다…올해 15조 증가한 130조 계획
600대 기업이 계획 중인 올해 국내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13.9% 늘어난 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 상위 600대 기업(금융업종 제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총 투자 규모는 129조700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작년 실제 투자액(113조9183억원)보다 15조8000억원가량 많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역대 최대 규모지만, 경기 불확실성과 정치권의 기업 규제 동향 등에 따라 투자 집행액이 달라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컸던 작년에는 600대 기업이 당초 계획(141조원)보다 27조원(19%)가량 줄어든 금액만 투자했다.

투자계획만 놓고 비교하면 올해가 작년보다 11조원 정도 적다. 기업들이 그만큼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전경련은 보통 4월 전후로 600대 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해 왔으나 올해는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의 투자계획 확정이 지연돼 발표가 늦어졌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 예정액을 부문별로 보면 시설투자가 106조6002억원, 연구·개발(R&D) 투자가 23조1000억원이다. 작년보다 시설투자는 16.3%, R&D 투자는 3.6% 각각 증가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작년보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58개,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은 115개였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분야 기업이 투자를 많이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올해 투자계획은 작년보다 172% 늘어날 전망이다.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이 올해 설비 고도화 및 신제품 생산설비를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투자 172% 늘리겠다"…조선·운송도 44%↑

조선·운송 업종도 전년 대비 43.9% 투자액을 늘려 잡았다. 지난해 극심한 불황으로 투자를 거의 하지 못한 업체들이 올해는 선박 및 크레인 시설과 발전소에 대한 신설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섬유·의복·신발 업종도 작년보다 37.3% 투자를 확대한다. 자동차·부품과 전자부품·장비 업종은 1년 전보다 각각 7.9%와 2.6% 투자를 늘린다. 반면 시멘트(-26.8%), 목재·가구(-4.5%) 등은 투자를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전자부품·장비로 전체 제조업 투자액의 29.3%(약 38조원)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반도체 경기 부진을 이유로 중단한 경기 화성 사업장 시스템반도체 투자(17라인)를 지난달 초 재개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신설했다. 석유정제(10조3700억원), 화학(9조원), 자동차·부품(7조4000억원) 분야 기업들의 투자액도 많았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600대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간 투자를 매년 늘려왔다”며 “정부가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계획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