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 텐트농성…뉴욕선 즉시 체포감"
지난달 24일 오전 8시 뉴욕 시내 중심에 있는 힐튼호텔 앞. 씨티은행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 소속 시위대가 모였다. 집회시간이 다가오자 시위대는 금세 20여명으로 불었다. 이들은 ‘우리는 버려졌다’ ‘개미투자자는 내팽개쳐졌다’ ‘OCCUPY’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호텔 앞 인도 위 길이 30m, 폭 5m 정도의 공간을 빙빙 돌며 육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왜 스피커도 없이 시위를 하느냐’고 묻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복경찰은 “인원이 적은 시위대는 스피커 설치가 불가능하고, 소음을 내면 바로 제재받는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당초 예정된 두 시간이 지나자 자진 해산했다.

한국에선 미국의 이런 시위 문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 대한문 앞은 수문장 교대식으로 외국 관광객과 시민이 많이 몰리는 명소지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집회로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농성 천막은 철거됐지만 비닐 천막이 대신 들어섰고 농성자들은 여기서 잠까지 자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한 경찰은 “집회가 1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되고 있어 당분간 통행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대기업 사옥 앞에도 앰프를 설치하고 노동가 등을 틀어 업무를 방해하거나 천막 농성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공권력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공권력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다 보니 눈치만 보고 엄정한 법집행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에 대해선 강력하게 제재한다. 공공장소에 천막을 치고 잠을 자거나 화염병 죽창 등 무기류를 사용하는 시위자는 경고 없이 곧바로 체포한다. 워싱턴경찰국의 스티브 선드 특수작전과장(경무관)은 “시위대가 인도에 텐트를 칠 경우 바로 체포한다”며 “다만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시위가 일어나면 먼저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뉴욕경찰국 소속 한국계 로버트 성 경위는 “미국의 도심에서 대한문 앞 농성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면 바로 체포감”이라며 “거칠게 데모하면 다친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들도록 강력 대응하기 때문에 시위대도 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뉴욕=윤기설 노동전문기자 (한경 좋은일터 연구소장)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