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책 정당으로 제자리를 잡고 제1 야당으로 본 궤도를 찾을 것인가. 김한길 신임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 여부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 주말 당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분열주의, 원칙 없는 포퓰리즘, 과거의 낡은 사고에 갇힌 교조주의와 과감한 결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갈등과 반목, 무능과 무책임 역시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역설했다. 이 정도라면 김 대표는 무엇이 민주당의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지난해 총선 이후 대선, 4월 보궐선거까지 참패 일로를 걸어왔던 민주당이다. 김 대표는 “영혼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도 했는데 최근 민주당이 다수 유권자들과 따로 노는 것이 실은 잘못된 것에 집착해온 그 영혼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은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는 당원들에게 참여와 지지를 호소하면서 “지금부터 변화와 혁신의 폭풍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러자면 잘못된 영혼도 바꾼다는 더 절실한 각오가 필요하다.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지지율은 아직 존재조차 없는 ‘안철수 신당’에도 못 미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고사하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책들과는 딴판인 채 계파 간 다툼이나 일삼는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그 영혼을 바꾸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당 강령·정책을 두고 좌편향이었던 정책지향점이 일부 중도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다수 국민들의 눈으로 보면 멀어도 아직 많이 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령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이라는 문구만 하나 넣었다고 민주당의 경제정책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췄다고 생각한다면 여전히 오판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고, 그것에 걸맞게 정책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당장 국회에 상정돼 있는 각종 법안들을 다루면서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민주당발 정계 개편이 시작됐다는 상황이다. 친노 일부가 이미 당을 떠났고 이런 흐름은 어떤 폭발성으로 정계를 흔들지 알 수 없다. 종북과의 결별, 반시장적 이념의 극복이 그 기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