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어학원들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 유출에 이어 토익 텝스 등 공인영어시험의 부정행위가 또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의 5월 SAT 시험이 취소되고 미국 대학들에는 이 사실이 통보될 것이라고 한다. 유학준비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또 공인영어시험 부정은 전문조직의 주도 아래 소위 SKY 등 명문대생, 현직 아나운서, 대기업 직원 등이 두루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시험부정이 단발적 비리가 아니라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잇단 시험부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도한 경쟁과 스펙만능주의, 무슨 수단이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지상주의가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고 분석한다. 또 한국은 시험부정이 만연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 나라 망신이고, 부정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비난여론도 비등하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 없는 나라가 없는데 유독 한국에서 시험부정이 빈번하다면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저열한 양심 수준이 뿌리 깊은 시험부정의 모태일 것이다.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 확인했듯이 지도층 인사 중에 소위 ‘비리 3종 세트’(투기·탈세·병역기피)의 예외를 찾기 힘들다. 청문회에서 목청을 돋우던 국회의원들도 5명 중 1명꼴로 땅투기 의혹을 사는 판이다. 혼자 깨끗한 척, 혼자 정의로운 척하던 사람들일수록 더욱 구린내가 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비리 불감증에 빠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비리로 얻는 이득이 비용보다 엄청나게 큰 사회에선 아무리 특정 비리 연루자를 엄벌한다 해도 또 다른 비리를 잉태하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의 도덕성을 개탄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결국 비리의 이득을 없애거나 치러야 할 비용을 획기적으로 가중하는 것 외에 달리 해법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엄정한 처벌만이 그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