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브랜드 사용료 수입 들춰보니…지주사 LG·SK 2천억대…현대차는 한푼도 안받아
SAMSUNG, LG, SK, POSCO, KUMHO….

국내 주요 그룹의 영문명이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알리는 브랜드로 쓰인다. 브랜드 가치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그룹들은 브랜드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계열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징수’하는 그룹도 늘고 있다.

주요 그룹 가운데 브랜드 사용료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LG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전자와 LG화학이 갖고 있던 브랜드 소유권을 ㈜LG로 넘겼다. 지주사인 ㈜LG는 2005년부터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용료는 계열사 매출의 0.2%씩이다. 이렇게 받은 돈이 2011년 2649억원, 지난해 2711억원이었다.

SK그룹도 브랜드 사용료를 많이 받았다. SK는 3년 단위로 모든 계열사 및 합작법인들로부터 매출의 0.2%씩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지주회사인 SK㈜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브랜드 사용료는 2011년 1430억원, 지난해 2106억원에 달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계열사로부터 별도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법인 등 일부 해외 법인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와 기술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매출의 1% 남짓을 받는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19개사가 ‘SAMSUNG’ 브랜드를 공동 소유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SAMSUNG’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계열사가 명함에 ‘SAMSUNG’을 넣으면 일정액을 19개사에 내야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제로 다른 계열사로부터 걷는 브랜드 수수료는 연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대신 르노삼성이라는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다. 삼성은 자동차산업에서 발을 뺀 2000년 르노그룹과 10년간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었다. 2010년 이 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 계약 조건은 르노삼성이 ‘SAMSUNG’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의 0.8%를 내는 것이다. 적자를 내면 사용료를 받지 않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작년의 경우 르노삼성은 매출(3조6552억원)의 0.8%인 292억원을 삼성에 줘야 했지만 영업손실(1720억원)을 기록해 실제로는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4대 그룹 이외에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는 작년 7월 ‘POSCO’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18개 계열사와 매출의 0.1~0.2%를 사용료로 받는 계약을 맺었다. 두산그룹도 지난해 10월 지주사인 ㈜두산이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 사용료를 놓고 분쟁을 겪는 기업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이다. 2010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이 계열사로부터 매출의 0.2%를 브랜드 사용료로 거뒀는데 경영권 다툼 이후 금호석유화학이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태명/전예진/배석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