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가 '적신호' 무시" VS "프로포폴 투여 사실 몰랐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책임을 둘러싼 잭슨의 가족과 공연기획사 AEG 라이브 간의 법정 공방이 2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잭슨의 모친인 캐서린 잭슨(82)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AEG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가차없이' 공연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캐서린은 2009년 사망한 잭슨의 런던 복귀 공연을 맡은 AEG가 잭슨의 건강 상태를 무시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AEG를 상대로 이듬해 9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캐서린의 변호사인 브라이언 패니시는 이날 모두진술에서 "잭슨도 문제가 있었지만, 주치의와 AEG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AEG의 문제는 업계 1위가 아니라는 점이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잭슨의 약물 문제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AEG가 이를 무시했으며 콘래드 머리 박사를 고용하는 등 잭슨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잭슨의 주치의였던 머리 박사는 치사량의 수면용 마취제 프로포폴을 받아 투약한 혐의(과실치사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패니시는 근거 자료로 AEG 간부들이 잭슨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런던에서 50회의 공연을 마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의 이메일 여러 통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AEG 측은 잭슨이 자신의 사생활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자신들은 그가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반박했다.

피고 측 변호사인 마빈 퍼트넘은 "진실은 잭슨이 모두를 속였다는 것"이라면서 AEG 간부들은 잭슨이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퍼트넘 변호사는 특히 잭슨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음을 상기시키면서 "대중들은 프로포폴 투여 사실을 몰랐지만 잭슨 본인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잭슨의 생전 공연 모습을 비롯해 그가 생전 모친과 자녀를 위해 남긴 노래와 편지가 공개됐다.

다른 가족들과 법정 맨 앞줄에 앉아있던 캐서린은 '나의 성공은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등장하자 눈물을 훔쳤다.

캐서린이 이번 재판에서 승소한다면 손해배상금이 최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앤젤레스 AP·AFP=연합뉴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