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는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을 안겨준다. 19대 국회가 문을 연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종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수준이 더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경제이슈를 비롯해 외교, 안보까지 국가대사가 산적해 있지만 정작 여의도 의사당에는 의원들이 없다는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린 지난 27일 50명의 특위 의원 가운데 오전 10시 개회 때 26명, 오후 2시 속개 때는 10명, 6시까지는 단 6명만이 회의장을 지켰다. 추경예산안 처리 등이 다급하다며 휴일에 회의를 열어 정홍원 총리와 관련부처 장관 10명, 차관 10여명씩을 불러놓았지만 정작 의원들은 아예 불참했거나 도중에 자리를 차고 나가버렸다는 보도다. 그보다 하루 전에는 ‘일본 각료 망언 규탄 결의문’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24일에도 개성공단에 대한 북측의 가동중단과 통행제한 조치에 대해 유감표명 등을 하기로 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정족수가 모자라 안건 처리를 못 했다니 일본 각료들이 알까 민망하고 북한이 지켜볼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부분 지역구 일 때문이라고 한다. 고만고만한 봄맞이 동네행사에 얼굴 비치려 내려갔다면 유권자에게 물어보시기 바란다. 지금 일본의 역사부정을 규탄하고, 북한에 엄중 경고하고, 나랏살림을 다듬는 것이 중요한지, 동네 유권자들에게 눈도장 찍기가 중요한지를.

의원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시기에 의사당을 비우니 이러다간 회기 내 추경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될지도 걱정이다. 안 그래도 구태의연한 ‘쪽지예산’이 나랏빚으로 마련하는 추경예산에 또 끼어든다고 해서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의원들이 동네 봄맞이 행사로 바쁜 와중에 어제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이 법사위원장을 면담하려 했으나 만나지도 못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주까지 4월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가운데 예정시간을 지킨 회의는 133건 중 단 2건뿐이었다고 한다. 툭하면 지각이요, 불참이 관행이 돼 버렸다. 이런 식이면 국회의원들의 출석표를 빠짐없이 공개토록 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회의장을 비운 날은 세비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