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외국선 사람 보고 투자…한국선 매출 보고 평가
“한국 벤처캐피털은 외국계 벤처캐피털에 비해 사람이 아닌 제품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외국계 벤처캐피털 대표들은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 기준과 방식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 뒤 매출 등을 추가로 검토하지만 한국에선 매출과 이익에 대한 평가만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장은 그 원인으로 벤처캐피털의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문 사장은 “외국에선 파트너십 체제로 벤처캐피털이 운영되지만 한국에선 99%가 주식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개인, 법인, 연기금 등이 투자자금을 넣어 조합을 만들면 여기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참여한다. 반면 한국 벤처캐피털은 운용 책임과 권한을 회사가 떠안는 방식이다.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자기 책임과 능력으로 활동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주식회사에 고용된 입장인 것. 문 사장은 “이 같은 구조적 차이로 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사장은 이를 정부의 ‘질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국내 벤처캐피털은 정부에서 출자를 받아 자금을 운용하면서 눈치를 많이 본다”며 “정부로부터 ‘왜 망할 회사에 투자를 했느냐’는 질책이 이어져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투자 방식이 개선되기 위해선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회수기간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회수가 빨리 될수록 내부수익률(IRR)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사장은 “한국에선 IRR 수치에 따라 성과보수를 지급한다”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회수기간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투자 회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투자 회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를 경쟁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며 “투자 후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면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사장은 “벤처투자자들과 벤처기업은 상호보완 관계”라며 “간섭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