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작년에 이어 올해 1538명이 합격한 2회 변호사시험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작년 불합격자가 3명에 불과했던 서울대는 올해 18명이나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일부 지방대는 불합격자가 30명 안팎씩 나와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신흥 명문 로스쿨 생기나

작년 1회 변호사시험에서 경희대와 아주대가 100% 합격률을 자랑했지만 올해는 100% 합격한 로스쿨은 없다. 대신 경희대가 52명 응시해 1명만 탈락,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박균성 경희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가운데 처음으로 답안지를 익명으로 작성토록 하는 등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하고 학생지도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도 대단하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중앙대(42명 응시) 연세대(104명)가 3명씩, 아주대(44명) 이화여대 인하대(51명)가 5명씩 불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선방했다. 하지만 전통적 명문으로 꼽히던 로스쿨들은 예상외의 탈락자 속출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작년 1명 탈락에 불과했던 한국외국어대(43명)와 고려대(115명)는 올해 각각 12명과 13명이 떨어졌고 성균관대도 작년 4명에서 올해는 15명 불합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거 사법시험 합격률을 기준으로 책정된 입학정원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대의 추락은 작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상당수 지방대는 30명 안팎씩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전북대 경북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이에 따라 작년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25.1%까지 떨어져 로스쿨의 존폐위기가 현실화된 일본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합격률 저조로 고시학원화 불가피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75.1%로 작년 87.1%보다 크게 떨어졌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 응시 규정에 따라 내년에는 60%대로, 이후 50%대까지 합격률 하락이 예상된다. 이처럼 합격률이 추락하면서 학교와 학생들의 불만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1, 2학년생들이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 대학에 연수를 가는 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호응이 거의 없는 상태. 김형준 중앙대 로스쿨 원장은 “재작년만 해도 시험보다 취업에 더 신경을 썼는데 작년에는 시험 성적이 안 좋아 그럴 여유가 없었다”며 “학생들도 ‘우선 합격하고 보자’며 시험 외 다른 과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로스쿨이 고시학원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정위기까지 겹쳐

로스쿨들은 재정위기까지 겪고 있다. 대학마다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규모는 로스쿨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학생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A로스쿨의 경우 과거 200명 정원에 맞춰 교수가 35명이나 되지만 지금 학생 수는 50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장학금 규모가 전체 등록금의 50%에 이르러 재정악화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한 명이라도 교수가 줄 경우 학생 정원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엄포에 학교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김병일/김태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