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상장된 기업 중 벤처기업은 절반 수준,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5년.’

지난 3년간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들의 모습이다.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에서 50% 선까지 떨어졌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보다 ‘이미 성장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창조경제를 확산하려면 혁신형 기업에 자본시장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한’ 기업만 들어와라

[STRONG KOREA] 신규 상장사 중 벤처는 50%대 불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기업 중 벤처기업의 비중은 2003~2008년 연평균 70% 이상이었으나 2009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2009년 52.27%로 떨어진 데 이어 2010~2012년 3년간 평균은 53.41%로 하락했다. 업력이 짧은 소규모 기업이 상장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현실을 보여준다.

신규 상장기업의 ‘덩치’는 커져만 간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말 기준으로 신규 상장기업 시가총액 평균은 2000년 440억원에서 2003년 630억원, 2005년 905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197억원까지 올라갔다.

창업 후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이 창립부터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2004~2006년 평균 9년에서 2008년 이후 10년을 넘겼다. 2011년에는 13년, 2012년에는 12.2년이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등이 곧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업력이 길고 어느 정도 자리잡은 기업만이 벤처캐피털의 선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주로 IPO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특성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창업 후 7년이 넘은 후기 기업에 신규 투자하는 금액 비중은 2006년 18.9%에서 지난해 44.6%로 대폭 늘어났다. 반면 자금 수요가 많은 중기 기업(업력 3~7년)에 투자하는 금액 비중은 2006년 50.8%에서 지난해 25.4%로 반토막 났다.

○“혁신 기업 필요”

전문가들은 신(新)시장을 창조해낼 혁신 강소기업이 사라져가는 게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저성장 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예전보다 줄었다”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 상장이 줄을 이었듯이 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혁신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최근 IPO 기업 중 대기업 협력업체가 늘었다”며 “미래 신성장사업이 나타나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작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라는 취지로 생긴 시장”이라며 “미국 나스닥은 중소기업 진입·퇴출도 잦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대형 혁신기업들이 버텨주며 기술주 시장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식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기술력이 인정되면 상장 규정을 완화하도록 문턱을 낮춘 상태로, 준비 중인 기업들의 상장 사례가 곧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금융당국에서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