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구글의 ‘스킨십’ >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구글의 ‘스킨십’ >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싸이는 재미와 예술을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근접해 있어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6일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40)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실리콘밸리는 좋은 벤처 환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페이지 CEO는 이 밖에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청와대 방문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모험하게 하라”

페이지 CEO는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창조경제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구글을 창업할 때 공동창업자와 함께 박사과정에 있었다.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해도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학교가 위험을 감수해줬다는 얘기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어렵지만 굶지는 않는다”며 “모험적인 창업을 위해 국가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지 CEO는 한국에 대해서는 “발전한 기술 환경을 기반으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 창의적인 인재의 예로 싸이를 들며 “싸이 현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삼성 손목시계형 기기 함께 만드나

이날 오전 8시30분 전용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페이지 CEO는 곧바로 삼성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을 갖춘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으로 향했다. 이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 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와 두 시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페이지 CEO가 OLED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새로운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페이지 CEO가 손목시계형 정보기술(IT) 기기 등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제품 개발 협력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페이지 CEO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 하루 만에 바쁜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설리/임근호/김보영/도병욱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