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하늘의 표정 읽어야 돈이 보인다
“기후변화는 글로벌화, 정보기술 혁명에 버금갈 만큼 경영환경의 변화를 가져오는 이슈다.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새로운 경쟁우위 창출의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포터 교수뿐만 아니라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하나같이 기후변화를 미래사회 메가트렌드의 하나로 꼽는다. 전 세계인의 삶과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어서다.

《날씨 읽어주는 CEO》는 국내 최초·최고의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로 성공신화를 써온 김동식 대표(사진)가 들려주는 날씨경영 이야기다. 김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공학도에서 경영자로 노선을 바꾼 인물.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아서디리틀(ADL)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 1997년 민간예보사업제도가 국내에 처음 시행되자 최초의 민간예보 사업체 케이웨더를 설립, ‘날씨경영 전도사’를 자처하며 기상의 산업화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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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들려주는 기상산업은 흥미롭다. 2007년 매출 120억원을 돌파한 케이웨더의 사업영역은 날씨예보, 기상 관련 컨설팅, 날씨방송, 기상장비, 날씨 관련 보험 등 다양하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상청은 총론적 예보를 내는 데 비해 민간 사업자들은 특정 구나 동별로 맞춤형 예보를 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한다. 1997년 3개에 불과하던 민간 기상사업자가 지금은 160개를 넘는다. 기상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7년 300억원대에서 2011년 2219억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해외의 기상산업 규모는 더 크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정보회사 웨더뉴스의 경우 사원이 722명, 매출은 2008년 기준 117억5600만엔에 이른다. 기상산업 규모가 9조원에 이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웨더채널은 직원이 800명이나 되는 거대 기상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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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상회사 애플웨더는 아오모리현에 있는 사과재배 농가들만을 위한 맞춤형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아오모리현 사과농가의 약 10%인 2000여곳이 고객이다. 애플웨더는 사과 맞춤형 예보를 오전 8시부터 3시간 단위로 농가에 제공한다. 웨더뉴스는 일본 전국의 660개 벚꽃 명소에서 꽃봉오리의 상태 등을 조사해 개화 정도와 시기를 예상한다. 최근에는 특정 지점 나무의 개화 시기까지 예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영국에선 기상청(메트오피스)이 아예 날씨 판매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한다. 메트오피스가 자랑하는 장기기후예측자료는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구매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노블덴튼웨더서비스라는 영국 업체는 150개가 넘는 야외촬영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해 탄탄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령 샤론 스톤 같은 유명 배우는 날씨 때문에 촬영하지 못해도 거액의 출연료를 줘야 한다. 그런데 날씨 전문회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촬영계획을 짜면 경비가 대폭 절감된다.

국내에도 날씨예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의류업계에선 같은 겨울옷이라도 두꺼운 스웨터는 영하 4도, 가죽·무스탕·오리털 파카는 영화 8~10도까지 내려가야 손님이 몰린다. 따라서 날씨에 따라 생산량 조절, 디자인 및 원단 선택, 출하 시기 및 판매 시즌 선정 등이 이뤄진다. 이런 ‘온도 마케팅’은 명동의 떡볶이 장수도 적용한다. 떡볶이가 가장 잘 팔리는 기온은 영상 0~1도여서 적당한 추위가 지속될 땐 재료를 평소보다 많이 준비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날씨경영의 국내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타이어 생산계획부터 시험·판매에 이르기까지 날씨를 적극 활용하는 한국타이어, 차수막 하나로 날씨경영의 강소기업이 된 DMC코리아, 기상위성영상으로 돈을 버는 우주항공 전문기업 솔탑, 기온별·계절별로 상품을 차별화해 매출을 확대한 파리바게뜨, 날씨정보를 활용해 재고는 줄이고 매출은 3배로 늘린 봉달이 명품김밥전문점, 날씨경영 인증까지 받은 장충동왕족발, 골프장 현재 날씨를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알려주는 스카이72골프클럽…. 저자는 “기후변화에 덜 취약한 종자 개발, 식량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 개발, 해수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수산업의 돌파구를 찾는 것도 날씨경영의 몫”이라며 “(정부와 공기업 등) 각 기관의 날씨경영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