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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선 그려진 500원 지폐 한장이 '넘버 원' 한국 造船 만들었듯이…비전 주는 스토리텔링을 공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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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선 그려진 500원 지폐 한장이 '넘버 원' 한국 造船 만들었듯이…비전 주는 스토리텔링을 공유해라
    리더가 구성원들을 상대로 비전을 공유하고 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은 가슴 벅찬 일이다. 황금빛 비전은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그런데 그것은 비전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일 뿐, 듣는 사람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발표자는 찬란한 미래를 말하지만 청중이 보는 것은 건조한 문구일 가능성이 크다.

    청중의 가슴에서 열정의 불을 피우지 못한다면 발표자는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다. 비전을 발표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교훈 하나가 있다. 파워포인트에는 정작 ‘파워’가 없다. 파워는 스토리 속에 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사람들을 일깨울 때 비로소 비전은 생명을 얻는다. 청중에게 비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들이 열정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생생한 비전을 주고 싶다면 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 스토리텔링’을 시도해보라. 제약회사 BMS의 멀린다는 지식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전략을 만들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영국 출신 신임 사장에게 어떻게 이 복잡한 전략을 설명하고 이해시킬지 난감했다. 거듭되는 회의 중에 팀원 한 사람이 시간여행 스토리텔링을 제안했다. 팀원들은 힘을 모아 사장이 즐겨 읽는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의 미래 버전을 만들었다. 전문기자까지 동원한 섬세한 작업 끝에 진짜처럼 보이는 신문이 사장실로 배달됐다.

    사무실에 도착한 사장은 ‘BMS, 지식경영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제약회사가 되다’라는 표제가 붙은 파이낸셜타임스를 발견했다. 자신의 사진까지 담긴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사장은 자신이 언제 이런 인터뷰를 했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기사의 절반을 읽었을 때야 비로소 그는 신문의 날짜를 보며, 자신이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 기사를 다 읽었을 즈음, 그는 멀린다의 팀이 준비한 지식관리 시스템이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지 완전히 이해했다. 미래로 가서 현재를 되돌아보는 시간여행 스토리텔링은 이처럼 비전을 생생하게 만든다.

    둘째, 청중이 열정을 느끼게 만들려면 거대한 비전에 도전한 영웅의 스토리를 말해보라. 2000년 초반, P&G의 폴 스미스는 종이제품 사업전략 수립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기 위해 다른 제지회사의 스토리를 꺼냈다. 당시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갈 비전이 과연 P&G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막연함을 느끼고 있었다.

    핀란드인 이데스탐은 1865년 탐메르코스키 강둑에 펄프 제조공장을 세웠다. TV, 라디오, 전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종이는 가장 보편적인 통신매체였다. 1902년 그의 회사는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확보하려고 자체 발전소를 세울 정도로 커졌다. 1920년대 초 전화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하자 이 회사는 케이블회사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몇십년 동안 이 기업은 유선통신에 이어 무선통신의 최강자로 성장했다.

    이제는 그 회사가 제지회사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 핀란드를 대표했던 기업 노키아의 스토리다. 노키아의 스토리를 들은 직원들은 미래 비전에 대해 열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P&G에 찾아올 큰 변화의 시작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마저 느꼈다.

    이처럼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열정을 심어준다. 큰 조직의 리더라야만 이런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여행 스토리텔링’은 비전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한국 경제가 성장 활력을 잃고 장기 저성장 추세에 들어섰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비전을 말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수십년 전, 고 정주영 회장은 도크도 없이 조선소를 시작하겠다면서 영국의 한 은행에 융자를 요청했다. 어이없어 하는 은행 관계자에게 정 회장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를 꺼내 보이며,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든 민족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가 미리 보았던 것은 울산의 황량한 벌판이 아니라, 거대한 조선소였던 것이다. 그 결과 꿈꾸는 리더의 바람대로 이제 전 세계 3대 조선업체가 모두 한국 땅에 있다.

    우리의 삶은 하루 하루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가는 조각과도 같다. 어느 조각가도 ‘만들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 속에 나름대로 끝 그림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게 마련이다. 모든 창조는 상상 속에서 한 번, 현실 속에서 한 번 이뤄진다고 하지 않던가. 상상 속에서 미래를 먼저 가보는 ‘시간여행 스토리텔링’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첫발을 내디뎌 보자.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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