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GLS 직원들이 일감이 없어 텅 빈 부두에서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태영GLS 직원들이 일감이 없어 텅 빈 부두에서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24일 오후 울산신항 남항의 태영GLS 9번 부두. 항만 하역사인 태영GLS가 420억원을 들여 국내 첫 민자부두로 2011년 12월 문을 연 이곳은 16개월째 ‘개점 휴업’ 상태다. 일감이 없어 직원들은 240m에 이르는 텅 빈 부두를 돌며 기계 정비와 청소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울산항운노조와 하역인원 채용을 놓고 지난 1년여 동안 갈등을 빚어온 태영GLS는 이번엔 울산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목재류 이외의 화물은 처리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부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 민자부두 태영GLS '울고 싶어라'
울산지방해양항만청과 태영GLS 등에 따르면 울산항만청은 지난해 항운노조의 요청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결과를 근거로 최근 ‘태영GLS 신항부두에서는 목재류만 취급해야 한다’고 태영GLS에 알렸다. 울산항만청은 “감사원이 항만기본계획상 부두 용도가 목재류만 취급하도록 돼 있는데도 아무런 검토 없이 태영GLS 측에 선박블록 등 잡화화물을 취급하도록 사용승인을 내줬다며 기관주의 처분을 내려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태영GLS 측은 “울산항만청은 9번 부두 용도에 대한 인허가 과정에서 목재류 이외에 액체·펄프 등 잡화화물 취급도 가능하다고 해 민자부두를 세웠다”며 “이제 와서 목재류만 취급하라는 것은 항만청의 잘못을 민간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또 “울산본항 등 전국 대부분의 국가 부두는 항만운영 효율성을 들어 지정 용도 이외의 잡화화물 취급을 허용하면서 순수 민자부두에 대해 강제규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태영GLS 측은 2007년 사전 사업성 검토를 통해 액체석유화학 화물 및 인근의 제지회사 일성과 선박블록업체 이영산업기계의 화물을 처리해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두 개장 직후 물거품이 됐다. 울산항운노조가 자체 인력으로 하역작업을 하려는 태영GLS 측에 맞서 부두 입구를 봉쇄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 이에 따라 태영GLS 측은 지난해 말 울산항운노조를 상대로 출입금지·출입통행방해금지 소송을 제기해 “항운노조에 항만운송과 관련해 독점적으로 근로자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의 노무공급 독점권이 부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정상 하역업무를 하지 못해 지난해 2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조정한 태영GLS 상무는 “다행히 최근 노조와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항만청이 새로운 ‘손톱 밑 가시’ 규제를 들고 나와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그는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는데 정작 지방항만청은 기업활동을 옥죄고 있다”며 “최근 울산항만청을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처리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 중이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울산항만청에 과거의 행정잘못에 대해 주의조치는 내렸지만 부두의 목재류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지는 않았다”며 “항만 전체의 효율성을 감안해 항만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