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획기적인 기업 규제완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고 한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를 늘릴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완화를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라며, 규제할 것만 명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 바꾸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했다.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발목이 잡혀 역차별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바로 기업이라는 박 대통령의 철학이 거듭 확인되는 상황이다. 사실 추경 편성 때도 무엇보다 기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장관들과 청와대 보좌진이 대통령의 뜻을 잘못 받들고 있다는 질타로도 들린다. 경제민주화가 누구를 내리치고 옥죄자는 게 아니라는 발언도 그렇다.

그러나 기업들은 너무 헷갈린다. 대통령은 규제를 풀라고 하지만 무더기로 쏟아지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온통 금지, 금지, 또 금지다. 그것을 어기면 고발하고 징역 살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린다는 규제들로 도배질이다. 대기업을 예비검속하고 총수를 망신주는 징벌적 법안이 무려 30여개나 대기 중이다. 정부도 다를 게 없다. 총리실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개선이란 묘한 용어를 사용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규제를 풀라지만 경제민주화는 기업을 꽁꽁 규제로 묶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며 세무조사 강화를 외치는 중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을 잡으려 기업집단국을 부활시키는 중이다.

동쪽으로 가자면서, 서쪽으로 달리는 형국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무 데나 민주화를 붙이는 인기영합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그대로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아무 데나’를 걱정하던 그 순간에도 경제민주화를 내건 법안들이 줄줄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다른 나라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까지 감세다, 진흥이다 하며 유턴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오직 한국에서는 대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보고 밖으로 내몰 기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대통령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려 보라. 대통령은 달을 가리키는데 당정은 손가락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