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 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의사 신모씨(48)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2007년 4월 개정 이전의 의료법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주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개정 의료법에서는 ‘자신이 진찰한 의사’ 문구가 ‘직접 진찰한 의사’로 수정됐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자신이 진찰한 의사’나 ‘직접 진찰한 의사’라는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이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신씨는 2006년 1월∼2007년 5월까지 총 672차례에 걸쳐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푸링’정제약 등 속칭 ‘살 빼는 약’의 처방전을 내준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1차례 이상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 중 병원 방문이 어렵거나 추가 처방전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전화 통화로만 진료하고 처방전을 써줬다. 환자들은 병원 창구에서 직원으로부터 처방전만을 받아가거나 이전에 약을 조제받은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달라고 병원에 요청한 뒤 택배로 약을 전달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 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신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2심은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