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죄 대상도 공중전화, 하수구 뚜껑 등 돈 되는 공공시설물부터 세탁물, 생닭 등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물건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부산 부암동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공중전화기를 뜯어내 고물상에 팔아넘긴 이모씨(47) 등 2명이 16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일용직 공사장 인부인 이씨 등은 새벽 일감을 얻으려고 인력시장에 나갔지만 일을 받지 못해 끼니 해결이 어려워지자 공중전화기를 뜯어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서울 노원구에서는 아파트에 주차된 고급승용차 타이어를 빼다 팔아 거액을 챙긴 혐의(절도)로 김모씨(33)가 구속됐다. 김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에쿠스 차량의 앞뒤 바퀴를 빼내는 등 승용차 15대에서 60여개의 바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 가정집의 옷이나 음식 등을 훔치는 ‘좀도둑형’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화곡동에서는 주택가를 돌며 상습적으로 세탁물을 훔친 심모씨(23)가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화곡동 주택가를 돌며 다섯 차례에 걸쳐 24벌의 세탁물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광주광역시 금호동에서는 김모씨(63)가 마트에서 한우와 생닭 등 3만5000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됐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인 김씨는 5년 전부터 소득 없이 지내다 최근 암 진단을 받은 뒤 식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2월 수원의 한 잡화매장에서는 5900원짜리 털장갑 한 켤레를 훔쳐 달아나다 이를 제지하는 종업원(19)을 때린 혐의로 60대 남성이 검찰에 기소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절도범죄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전국 한 해 21만2458건이던 절도범죄는 2011년 28만1359건을 기록해 5년간 3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으로 하위계층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좀도둑형’의 생계형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정부 차원에서 서민들에게 고용일자리 확대 정책을 실시하고 경기를 지금보다 조금만 활성화시킨다면 생계형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