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쉬어야지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임신을 한 뒤 쉬면서 그걸 느꼈습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돌아온 201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유일한 '엄마 골퍼' 최혜정(29·볼빅)이 12일 제주도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 2라운드를 마친 뒤 복귀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7월 첫 딸을 낳은 최혜정은 반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12월 스윙잉 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당시 56위에 머문 최혜정은 두번째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16위를 달리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혜정은 "국내 투어에서 최근 5년 동안은 아기 엄마가 나밖에 없는 듯하다"며 "올 시즌 투어에는 유부녀도 나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아다닐 일이 많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연애를 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결혼하니 마음이 편하고 안정도 찾았다"며 "앞으로 몸 관리를 잘하면 성적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바랐다.

2003년 9월 KLPGA 정회원이 된 최혜정은 협회 규정을 어기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노렸다가 2년간 국내 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선수다.

2007년 LPGA 투어에 진출했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11년에 국내 무대로 완전히 복귀한 최혜정은 그해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거두며 그간 아픔을 씻어냈다.

최혜정은 "당시 국내 대회가 9개밖에 없어서 한시라도 빨리 해외 무대에 적응하려고 규칙을 어기게 됐다"며 "이제는 국내 투어도 대회가 25개로 늘었으니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혜정의 꿈은 아이 셋을 두고도 여전히 선수로 뛰는 줄리 잉스터(미국)처럼 오래도록 투어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는 "임신으로 1년을 쉬면서 보니 내가 애착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골프뿐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1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며 힘들고 지겨울 때도 많았지만 쉬면서 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열정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무리해서 나이 어린 후배 선수들과 경쟁하기보다 즐긴다는 마음으로 투어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바랐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생의 절반을 이룬 것 같다는 최혜정은 투어 생활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뛸 때 선수들이 어느 순간 안 나와서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한 달씩 휴가를 내고 놀러갔더라"며 "예전에는 상금 많은 대회가 줄지어 있는데 어떻게 휴가를 갈까 의아해했는데 내가 쉬어보니 그렇게 해야지 오히려 대회에 나설 때 더 즐겁게 집중하며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어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는 2명뿐이다"며 "후배들에게도 쉬어야지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혜정은 2011년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KLPGA에 5년간 출전할 수 있는 시드권이 있다.

최혜정은 "35세 정도까지 선수 생활을 할 생각이었는데 시드가 남아있는 3년간 우승을 또 하면 시드가 늘 텐데 그러면 계속해서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과 미국 무대를 경험해 봤으니 일본 무대에서도 한번 뛰어보고 싶다고 말한 최혜정은 "임신하지 않았다면 지난해에 일본 투어에 도전했을 것"이라며 "미국으로 다시 가고픈 생각은 없고 일본 투어에는 내년 이후로 출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