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간판 CEO,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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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 겸직 유지 놓고
다이먼, 주주 달래려 고개 숙여
블랭크페인, 표결 피해 한숨돌려
다이먼, 주주 달래려 고개 숙여
블랭크페인, 표결 피해 한숨돌려

다이먼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지난해 JP모건 런던 사무실 트레이더인 브루노 익실(일명 런던 고래)이 일으킨 60억달러 규모의 투자 손실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다이먼은 “(당시 투자 손실은) 내가 관여한 일 가운데 가장 바보 같고 황당한 사건”이라고 털어놨다. 작년까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오던 금융권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톤을 낮췄다. 그는 “(투자 손실로) 규제 당국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매우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먼의 이날 발언은 다음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의식한 것이다. 이번 주총에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안건이 상정되기 때문이다. 작년 주총에서도 같은 안건이 상정돼 40%의 주주가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에는 ‘런던 고래’의 투자 손실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총이 열렸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는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JP모건은 우려하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안건을 내달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골드만삭스는 연기금을 대표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CtW 인베스트먼트그룹과 제임스 스키로 선임 이사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사외 이사인 스키로는 이사회 안건을 상정하거나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서한을 보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다이먼과 블랭크페인은 2006년부터 각각 JP모건, 골드만삭스의 CEO 및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해 왔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은행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월가의 황제’로 불렸다. 그러나 은행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일단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