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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이는 절망, 구직포기 2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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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보다 무섭다" 5년새 2배 가까이 늘어
    쌓이는 절망, 구직포기 20만명
    9일 오전 5시30분 서울 구로동의 중국인 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명성 인력사무소. 평소 같으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구직자가 30명 넘게 몰릴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한산했다. 사무실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구직자는 고작 7명에 그쳤다. 그나마 이들 중 4명은 끝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지만 일감이 메마르다 보니 인력사무소를 찾는 구직자 자체가 줄었다”며 “이러다 우리 사무소도 문닫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평균 20만2500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취업 여건이 열악했던 2008년의 평균 구직단념자 수인 11만900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구직단념자는 2008년까지만 해도 매년 10만~12만명가량이었지만 2009년 16만20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 이후 20만명 안팎을 유지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구직단념자 수가 늘었다. 올해의 경우 1월 구직단념자 수는 2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늘었고 2월에는 19만3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1000명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면 명목 실업률이 아무리 떨어져도 고용시장 여건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학력자 상당수도 일자리 단념 … 경기침체 '직격탄'

    쌓이는 절망, 구직포기 20만명
    구직단념자는 일자리를 찾다가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고용 상황에 대한 노동자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취업률, 실업률보다 현실에 더 가까운 지표로도 활용된다.

    구직단념자 가운데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도 상당수다. 서울 유명 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이모씨(32)는 최근 구직활동을 멈추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박씨는 2008년 서울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됐다. 이후 무대미술 등의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입사 지원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잠시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텨봤지만 끝내 기회가 오지
    않자 취업 자체를 포기해 버렸다. 그는 “1년 넘게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한 일자리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허드렛 일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당장 먹고 살자고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경제가 7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통계적으로 구직단념자는 경기가 하강 국면을 지속할 때 빠르게
    늘어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저히 취업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람이 구직단념자 대열에 들어선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2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 급여와 후생 조건이 좋은 직장을 선호하는 대졸자들이 대기업이나 금융사 입사 준비를 위해
    구직활동을 잠시 쉬는 양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취업자 수는 2008년 389만4000명에서 꾸준히 줄어
    2012년에는 361만2000명을 기록했다. 빈현준 서기관은 “고학력자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 (경기 불황으로 인해)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취업을 하지 않고 경기 상황이 좋아지는 걸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직단념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통계상 착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용률이 낮아지면 실업률은 올라가지만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 비경제활동인구만
    늘어날 뿐이다. 고용률이 낮아져도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월 고용률은 57.2%로 지난해 대비 0.3%포인트 떨어졌지만 실업률은 같은 기간 0.2%포인트 감소했다.

    김우섭/김주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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