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별도로 산업은행장을 선임하려는 모양이다. 홍기택 지주회장 내정자의 기업금융 실무 부족을 보완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렇지만 2009년 10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돼 산은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지주 회장이 줄곧 은행장을 겸임해왔던 터다. 더구나 산업은행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 행장을 굳이 따로 두어야 할 실익도 명분도 없다. 우리는 정부 일각의 이런 움직임이 금융 관료(모피아)들의 조직적인 감투만들기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산은지주 회장 같은 자리는 이른바 모피아가 거의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것에서 오는 금단증상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자는 주장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새 정부가 정책금융기관들의 재편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비롯,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모두 그 대상이다. 업무 중복을 교통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산은금융지주에 대해선 민영화도, 기업공개도 안된다는 것이 금융위 자신의 요구다. 이미 쪼개져 있는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다시 합쳐야 할 상황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쪼개 또 하나의 감투를 만들겠다고 하니 다른 속셈이 있다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인수한 기업을 마치 자회사인 듯 끼고 앉아 재벌그룹 행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로 관료들의 재벌놀음이다. 원래 지주가 아닌 회사를 지주라고 우기고 재벌행세를 하는 것이야말로 개혁 대상인 터에 회장 따로 행장 따로 둔다는 발상이 말이 된다는 것인가. 이번에도 홍기택 지주회장 내정자가 결정되기 전에 모피아끼리 편이 갈려 A씨, B씨 하며 경쟁을 벌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외부인사가 기용되면 낙하산이요 조직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모피아가 들어가면 잘 굴러간다는 식이라면 이것은 조폭의 배타주의요 기득권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정부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키 어려웠다. 청와대는 이 지경을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