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국민의 눈과 귀는 국회에 쏠려 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얼마나 변경할지, 법안 통과 시점은 언제가 될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대책 발표 후 사흘이 지난 4일에도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법안을 다뤄야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조차도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관료 출신의 초선인 새누리당 A의원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이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에서 저한테 와서 상세한 내용 설명을 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의 수도권 출신 B의원은 1주택자가 파는 집만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게 그런 것이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잘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구의 민주당 C의원은 “난 잘 모르니까 보좌관이랑 얘기하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 중 하나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과 관련한 법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내용 파악이 안돼 있긴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D의원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에 “그게(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부동산 대책은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의원들이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민생’과 직결돼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안을 어떻게 고치느냐에 따라 어떤 국민은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의원들이 법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에 따라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는 국회 상임위 통과 이후 거래되는 주택부터 혜택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임위에서 법 통과를 지체시킬수록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3일 전부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상세히 소개된 정책을 “정부가 나한테 설명을 해주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아직도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본인이나 가족의 재산과 관련된 법안이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태평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