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프로골프의 1세대와 2세대 ‘간판 선수’인 박세리(KDB금융)와 신지애(미래에셋)가 이번주 열리는 ‘여자판 마스터스’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우승상금 30만달러)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둘은 대회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6738야드) 인근에 집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이 대회를 향한 우승 열망이 크다. 나비스코챔피언십은 마스터스처럼 매년 한 장소에서 열린다.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독 이 대회에서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 ‘라이벌’이었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리 웹(호주)은 모두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박세리는 이 대회 우승을 위해 2005년 골프장 인근에 소렌스탐이 살던 집을 구입했다. 박세리는 “아직 우승하지 못한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을 목표로 모든 컨디션을 맞춰왔다”며 “15년간 이 대회 우승을 기다려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친 박준철 씨와 함께 스윙을 간결하면서 콤팩트하게 교정하면서 자신감도 키웠다. 2년 연속 ‘톱10’에 들었고 최근 6년간 4차례 ‘톱10’에 진입해 운만 따라준다면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하는 신지애는 원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집을 갖고 있지만 대회장 옆에 훈련용으로 지난해 집을 하나 더 구입했다.

신지애는 “물을 워낙 무서워하지만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다이빙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6차례 이 대회에 출전해 2010년 공동 5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인 신지애는 “미션힐스골프장의 다이나쇼 코스를 워낙 좋아한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신지애는 2008년과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올랐으나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100승을 넘게 거뒀으나 이 대회에서는 2004년(박지은)과 지난해(유선영) 두 차례 우승컵을 안았다. 198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돼 올해로 30주년이 된 이번 대회는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내준 뒤 KIA클래식 프로암에 지각하는 바람에 실격처리되는 불운까지 당한 청야니(대만)가 어떤 샷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해 마지막홀에서 30㎝ 우승 퍼팅을 놓친 김인경(하나금융그룹)의 설욕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의 활약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