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조업체들이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 붐’이 일고 있는 미국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독일 최대 화학업체 바스프, 오스트리아 철강업체 푀슈탈피네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2007년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의 8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셰일가스 붐으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바스프는 오는 10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하랄트 슈바거 바스프 유럽영업본부장은 “유럽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제조업체들의 미국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푀슈탈피네는 미국 텍사스에 7억1500만달러를 투자해 철강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의 볼프강 에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투자를 확대해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을 2배가량 늘릴 예정”이라면서 “유럽 공장의 매출 비중은 앞으로 10~20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줄여야 할 것”고 설명했다. 로열더치셸은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건설로 1만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공장 가동에 수백명의 정규직이 필요할 전망이다.

경영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윌 피어슨 애널리스트는 “유럽 제조업체들의 공장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는 만큼 유럽 당국이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015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천연가스를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