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들이 안방에서 판매난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올 1분기에 32만952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수입차 업계가 신차 공세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확대로 완성차 업체의 해외 판매는 증가했으나 국내 공장 수출 물량은 10% 가량 감소했다. 노조의 특근 거부로 지난달 2만 대 이상 생산 차질을 빚었다. 경기침체 요인에다 수입차 공세까지 더해져 내수는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조사팀장은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작년 연말 소비세 인하의 선수요 1만 대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적은 편" 이라며 "다만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 대책이 없어 상반기엔 업체들이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쌍용차 잘 달렸다···현대·기아차, 르노삼성 전년 대비 감소

완성차 5사의 올 1분기 내수 실적을 보면 명암이 엇갈린다. 1~3월 내수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는 작년까지 만년 꼴찌였던 쌍용차.

쌍용차는 1분기 국내 판매량이 1만3293대로 전년 동기보다 37% 늘었다. 코란도 삼형제(코란도C, 코란도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가 안방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면서 실적도 좋아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르노삼성차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4위 자리를 지켰다.

가장 고전하는 업체는 르노삼성. 이 회사의 국내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24.4% 줄었다. SM5가 14% 감소하는 등 주력 모델의 판매가 일제히 줄었다. 업계에선 큰 변화가 없는 한 QM3 출시 이전까지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말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난 후 판매 감소를 우려해 일부 차종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판매 효과는 보지 못했다. 국산차 영업점 관계자는 "가격을 깎아줘도 소비심리가 위축돼 판매가 예상보다 잘 안됐다"고 말했다.

1분기 국내 판매실적은 15만3756대로 전년 동기보다 0.7% 줄었다. 하지만 아반떼·쏘나타·그랜저가 포진한 승용차만 놓고 보면 14.2% 감소했다. 가격 할인에도 경기침체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셈. 기아차는 같은 기간 10만8650대를 팔아 6.6% 감소했다. 차종만 놓고 보면 RV 판매량이 16%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후 노조가 주말 특근 거부로 최근 4주간 2만7400대 생산 차질까지 더해져 당분간 실적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GM은 올 초 시판 이후 1900대가 출고된 신차 트랙스가 추가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경차 스파크를 제외한 대다수 모델의 판매가 줄어든 반면 단종을 앞둔 다마스와 라보가 1.5~2배 이상 늘어난 게 특징이다. 올 한해 차 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분기 베스트셀링 모닝···기아 '쏘울' 감소폭 최대

1분기 베스트셀링카는 경차 모닝이 차지했다. 기아차 모닝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2만3462대가 팔려 그랜저(2만3286대) 쏘나타(2만1920대) 아반떼(2만1285대) 등 현대차 삼인방을 모두 제쳤다.

그 다음은 현대차 싼타페(1만9482대) 한국GM 스파크(1만5533대) 기아차 K3(1만3659대)와 K5(1만3025대) 순으로 1만 대 이상 팔렸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차종(모델 변경 제외)은 기아차 쏘울이었다. 올 여름 2세대 신형 출시를 앞둔 쏘울은 81.2% 급감했다. 그외 현대차 i40는 64.5%, 기아차 레이는 59.2%, 현대차 벨로스터는 45.6%, 현대차 i30는 43.2%, 기아차 프라이드는 41.3%, 쉐보레 크루즈는 41% 감소했다.

최근 6개월 사이 출시된 신차 중에선 기아차 K3가 지난달 5414대 팔려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르노삼성 SM5 플래티넘은 2761대, 쉐보레 트랙스는 1262대,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는 1043대 출고됐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