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시중금리는 보험사 상품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마진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적용금리)을 줄줄이 낮추고 있어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금융 상품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보험은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유일한 상품인 데다 각종 보장 기능까지 들어가 있어서다. 다만 추후 시중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각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을 따져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확정금리형 상품은 꼭 유지해야

과거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한 연금이나 저축성보험 중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면 해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정금리형 상품 중에는 최고 연 10% 안팎의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저축성보험이 적지 않다. 삼성생명만 해도 이런 고금리형 상품이 수십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금리 상품을 갖고 있다면 연금 개시 시점 또는 계약 만기까지 깨지 않는 게 좋다. 금융권을 통틀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보험계약 대출을 받는 게 낫다. 확정금리형 보험 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적용금리에다 연 1.5~2.5%포인트의 이자를 추가로 얹어주면 된다. 보험사마다 대출금리 상한선이 있는 만큼 적용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간혹 보험사들이 이 확정금리형 계약 대신 추가 혜택을 강조하면서 신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만기 때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놓고 비교해봐야 한다.

○소득공제 있는 연금저축 ‘필수’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 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이고, 다른 하나는 비과세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이다.

연금저축은 생명·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우체국 등도 판매한다. 보험사가 취급하면 연금저축보험이고, 은행이 팔면 연금저축신탁, 증권사(자산운용사)가 팔면 연금저축펀드다. 연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점은 같다. 연금저축은 임금 근로자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할 필수 금융 상품이다. 소득공제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일수록 혜택이 많지만, 소득이 적더라도 매년 초 환급액이 꽤 많다. 연봉 3000만~4000만원의 근로자라면 소득공제를 감안할 때 연 10% 정도의 실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웬만한 1년짜리 은행 적금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보험사 연금저축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상품과 달리 장기간 적립할수록 수수료가 떨어지는 구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가입 후 1년차의 연금저축 수수료는 생보사 평균 11.12%, 손보사 13.97%, 은행 0.77%, 자산운용사 0.78% 등이다. 보험사가 훨씬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5년차 이후엔 역전된다. 10년차엔 생보사 0.51%, 손보사 0.61%, 은행 0.92%, 자산운용사 1.26% 등이다. 20년차엔 이 차이가 더욱 커져 보험사와 비(非)보험사 간 수수료율 차이가 8~10배가량 난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소비자 편의가 대폭 강화된 신연금저축이 일제히 판매되고 있다. 신연금저축의 특징은 의무납입 기간이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는 점이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연간 납입 한도는 분기별 300만원에서 연간 1800만원으로 확대됐다. 소득공제 한도는 종전과 같이 연간 400만원(월 33만3300원)이다.

계약체결 비용이 크게 낮아진 것도 장점이다. 월보험료 대비 300~500%이던 보험사의 연금저축 체결 비용은 평균 250~300%로 떨어졌다. 특히 IBK연금 KDB생명 등은 월보험료의 150%까지 낮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내놓았다.

○연금·저축성보험은 장기로

연금보험과 저축성보험도 저금리 시대에 꼭 가입할 만한 금융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하기만 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올해부터는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최고 41.8%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연금보험은 주로 생보사에서 취급한다. 연금보험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납입했다가 정기적으로 바뀌는 공시이율을 적용받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납입액을 주식이나 채권에 굴렸다가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을 내주는 변액형도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낸 뒤 바로 다음달부터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는 즉시연금 역시 연금보험의 일종이다. 다만 고정적으로 이자만 받다가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형 즉시연금을 선택한다면 납입액이 2억원 이하여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보험을 고를 때는 최저보증이율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시중금리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제로 금리’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보험사들은 상품에 따라 연 1~3.5%의 금리를 최저 보증한다. 가입 후 10년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이율을 보장하는 게 보통이다.

연금보험의 가장 큰 리스크는 중도 해지다. 보통 10년 이내 해약하면 원금조차 건지기 어렵다. 가입 직후 보험사가 떼가는 초기 사업비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연금을 제외한 일반적인 저축성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적금보다 연 1~2%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하지만, 사업비 탓에 중도 해지하면 훨씬 더 손해다. 일단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면 무조건 만기 때까지 유지한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추가 납입하면 수수료 ‘최저’

보험 상품의 추가 납입 제도를 활용하면 저금리 시대에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 추가 납입이란 종전에 유지하고 있는 보험 계약에다 돈(보험료)을 추가로 넣는 방식을 말한다.

추가 납입 제도가 유용한 것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보험 상품에 추가로 납부해 만기 보험금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사업비가 낮아지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가입한 지 7~10년 이후의 상품에 집중 불입하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보험사 상품 중 추가 납입이 가능한 상품은 연금저축보험과 일반 연금보험, 변액연금, 저축성보험 등이다.

일반적으로 연금 사업비는 가입 후 10년간 기본 보험료의 8~12% 정도인데, 추가 납입의 경우 단 한 차례에 걸쳐 2~3%만 떼는 게 보통이다.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별도 모집수당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에 일정액을 인출했다 나중에 보험료를 추가로 낼 경우 수수료가 최저 0.5%로 떨어진다. 다만 추가 납입액엔 제한이 있다. 주계약 총보험료 대비 두 배다. 뭉칫돈이 몰릴 경우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1년간 납부한 기본 보험료의 두 배로 추가 납입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보험 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