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9일 출범하는 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 감면과 분할상환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학자금 대출의 채무 조정 등 재원으로 활용된다. 행복기금은 약 4000곳의 금융사와 협약을 체결했고, 이들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데 약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자발적 신청해야 감면 혜택 많아

행복기금을 통한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지원은 ‘투 트랙(two-track)’으로 이뤄진다. 채무자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는 ‘사전 신청 후 채무 조정’과 행복기금이 금융회사에서 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의 동의를 받는 ‘매입 후 신청 동의에 따른 채무 조정’이다.

지난 2월28일 현재 6개월 이상 연체된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 채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사전 신청 후 채무 조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4월22일부터 10월31일까지 약 6개월간 캠코 18개 지점, 신용회복위원회 24개 지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16곳 등에서 신청받는다.

행복기금은 신청자들의 상환 능력을 연령 연체기간 소득 등을 감안해 최대 50%(기초수급자 등은 최대 70%)까지 감면율을 차등해 적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채무는 최장 10년까지 나눠 상환하게 된다.

정부는 최대한 많은 연체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청기간 내에 채무 조정을 신청한 사람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채무 감면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도 채무 조정을 받을 기회가 있다. 정부는 행복기금과 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 및 대부업체들로부터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일괄적으로 매입한 뒤 채무 감면과 장기 분할상환 혜택을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행복기금은 7월부터 요건에 해당하는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해 동의를 받는다. 다만 채무 감면율은 자발적인 신청에 따른 채무 조정보다는 낮게 책정된다.

빚이 1억원이 넘거나, 연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채무자는 행복기금 대신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재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고금리→저금리 ‘바꿔드림론’ 대상 확대

행복기금은 금융회사와 등록 대부업체에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 이자상환 부담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10%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어야 한다. 금융위는 신용회복기금의 바꿔드림론 사업을 행복기금에서 계속 벌여 나가도록 했다.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행복기금 출범 후 6개월(4월1일~9월30일)간 한시적으로 소득과 신용등급 기준을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늘렸다.

기존 신복기금의 바꿔드림론에서는 연소득 2600만원 이하(신용등급 6~10등급은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3000만원까지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었지만, 행복기금에서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연소득 4000만원 이하(영세 자영업자는 45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4000만원까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2017년까지 고금리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 가운데 약 34만명이 행복기금을 통해 이자 부담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도덕적 해이 막을 수 있을까

금융위는 행복기금을 통한 신용회복지원이 채무 감면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우선 신청 접수 단계에서 채무자 재산을 파악해 보유 재산이 드러나면 감면율을 조정할 예정이다. 또 지적전산자료와 국민연급납입 정보, 조세정보 등을 활용해 은닉 재산을 조사한 뒤 숨겨둔 재산이 드러나면 즉시 채무 조정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채무 감면 이후 남은 빚에 대해 성실 상환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도 채무 조정이 무효가 된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