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의회의 구제금융안 부결로 증폭된 유럽발 악재가 당분간 코스피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이 20일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유럽 재정 불안정성까지 다시 대두되자 주식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오전 11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6.94포인트(0.35%) 내린 1,971.62를 나타냈다.

지수는 키프로스 악재가 처음 부각된 지난 18일 1% 가까이 하락한 뒤 전날 반등했지만, 그 회복력이 오래가지 못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하면서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이 시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천9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닷새째 한국 주식을 팔고 있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사태로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부각한 탓에 당분간 유럽 지역의 작은 이슈라도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발동된 미국의 연방 예산 삭감(시퀘스터)이 소비심리와 주식시장에 이미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키프로스 사태는 '겹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시퀘스터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중국의 경제 회복세도 더디다"면서 "미국, 중국, 유럽 모두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동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일단은 금융시장 영향이 작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로화 체제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켜 달러화 강세 움직임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제금융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예금에 대한 과세는 은행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정책 당국이 움직이면서 키프로스 사태의 장기화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장기 차관 제공 등 정책 개입이 뒷받침될 수 있다"며 "그러면 키프로스 악재는 결국 국지적 위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주변국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 결정권자들이 진화에 나서면서 이번 악재는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하방 압력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hye1@yna.co.kr